바보 같은 사랑
상태바
바보 같은 사랑
  • 김정범
  • 승인 2010.08.12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 아침을 먹는데 아내가 연속극을 보면서 “저 놈 아주 나쁜 놈이야”라고 하기에 텔레비전을 보니 한 남자 배우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왜 나쁜 놈이냐고 물으니 아내의 대답이 잠시 후 보이는 여자를 가르키며 저 여자가 아까 그놈을 고생하며 뒷바라지를 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 헤어지자고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그런 이야기는 옛날부터 소설이나 연속극에 흔히 나오는 내용이 아니냐고 말하자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제법 분개하는 말투다. 그러자 얼마 전 본보 실버 기자 간담회를 겸한 점심 식사 자리에서 오갔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때 마침 당일에 출간된 본보 신바람 해피 통신란에 “물찬 제비”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는데 그 기사 내용이 새끼를 치는 제비를 보고 다음날 사진기를 가지고 가 보았더니 제비집이 훼파 되어 섭섭하였다는 것이었는데 그로 인하여 제비가 화제가 되었다 지난날에는 제비를 반가운 손님으로 생각하고 보호 해 주었는데 요즘은 보기도 힘들고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누가 묻기를 제비를 닮은 새 이름이 무엇이냐고 한다. 잠시 침묵이 있은 후 맹맥이를 말하는 것이냐고 대답 했더니 맹맥이가 맞느냐 맹맹이가 맞느냐 하며 뒤 묻기에 맹맥이가 맞는지 맹맹이가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놈은 아주 고약한 놈이라고 하면서 예전에 보았던 이야기를 하였다.
맹맥이는 배 부분이 갈색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제비보다 조금 클 뿐 제비와 다름이 없는데 그놈은 처음부터 집을 짓지 않고 제비 집을 빼앗아 리모델링 하는데 집 모양은 조롱박 자루 끝 부분을 잘라놓은 것처럼 하여 겨우 제 몸 들고 날 수 있도록 하고 산다. 그래서 옛말에 소견이 좁은 사람을 일컬어 맹맥이 코 구멍 같다고 하는가 보다 라고 하며 그래서 그놈이 고약한 놈이라고 강조 하였더니 다른 한분이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그보다 더 나쁜 놈이 있는데 그놈이 뻐꾸기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박새가 뻐꾸기 새끼를 기르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뻐꾸기란 놈은 육칠월이 산란기로 새끼 기를 집을 짓지 않고 박새와 같은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으면 박새는 제가 낳은 알과 함께 품어 부화 시키는데 뻐꾸기 알이 2.3일 먼저 부화하여 나중에 부화 된 박새 새끼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 죽인 후 어미와 둥지를 혼자 차지하는데 어미박새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뻐꾸기 새끼를 제 새끼로 기르게 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뻐꾸기 새끼는 길러준 어미 박새보다 훨씬 더 큰 등치가 되어도 어미 박새는 그래도 계속 해서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 마침내 다 자란 뻐꾸기는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어미를 버리고 제 갈 길로 떠나가 버리고 만다.
그러니 고약하고 못되기로 말하면 맹맥이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아무리 자연의 생존 법칙이라 하여도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의 생존 법칙이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만 존재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인격과 양심을 최고의 가치로 창조 된 사람에게도 있고 보면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땀의 가치나 사랑의 품성 따위는 아예 내던져버리고 나만의 안일과 쾌락을 위해서라면 남의 불행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인간 맹맥이나 뻐꾸기가 있음은 오늘도 우리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살아가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맹맥이에게 집을 빼앗기면서도 흥부에게 보은의 박 씨를 물어다 준 제비와 제 새끼를 죽인 뻐꾸기를 사랑과 희생으로 길러 준 박새의 바보 같은 사랑에는 왜인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손양원 목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여순 반란 사건 당시 공산 반란군의 프락치로 두 아들을 죽인 청년이 반란 진압 후 계엄군에 체포 되어 총살당하게 되자 그를 용서하고 구명하여 양아들로 삼은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며 그는 6. 25전쟁 때에도 피난을 가지 않고 나병 환자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돌보다가 공산군에 의해 순교 하였는데 이분의 큰 사랑의 실천은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어디 이 분 뿐이겠는가? 이 세상에는 제비나 박새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키고 있기에 우리의 삶이 아름답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그보다 정말 사람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꿈꿔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보 같은 박새의 사랑도 배워야 할 것 같다.

/김정범 (내북면 봉황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