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의 보행권을 되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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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의 보행권을 되찾을 수 있기를..
  •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장 이순희
  • 승인 2010.07.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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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푸른 여름은 영롱한 땀방울 속에 생명이 충만한 계절입니다. 한낮 최고온도가 35도를 오르내리며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매미소리는 우렁차기 까지 합니다. 오늘도 복지관 입구에는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이 직접 심고 가꾸는 채송화며 치자꽃 등 다양한 색색의 꽃들이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복지관에서는 지역의 로타리 회원님들의 후원으로 장애인들이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서로 아끼고 배려해주신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으며 더불어 사는 작은 사회의 모습임을 실감케 했습니다.
보은읍은 작고 아담하지만 그에 비해 거리는 너무나 무질서 해보입니다. 좁은 읍내 한복판에서 차량이 교행이 안 되어 꽉 막혀있거나, 그 사이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주머니, 지팡이를 짚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두리번거리시는 어르신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입니다. 인도는 있지만 인도확보가 안되어 차도로 가야하니 이건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장애인들의 사회적응훈련을 위해 가끔 보은읍내 거리를 나가게 됩니다만 이는 커다란 모험이 아닐 수 없으며 또한 어르신들과 함께 가볼라치면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거리임을 절감합니다.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차도에는 차가 다니고, 인도에는 사람이 다니도록 설계한 거리일진대 도대체 인도로 사람이 다닐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온갖 간판들과 상점 밖으로 쌓아놓은 많은 적치물 등이 인도를 점령하고, 더러는 차도에 까지 가판대가 나와 있으니 이건 아예 인도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도 거리를 다니기가 모험일진대 하물며 아이들과 노인, 장애인 등은 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보은읍은 노인과 장애인이 1/3을 넘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건 정말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보행자가 마음 놓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가장 기초적 권리를 '보행권'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런 '보행권'이 확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7월 15일 입법예고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보행로에 돌출형 간판 등을 설치해 보행자를 다치게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주어지는 등 보행자의 권리가 크게 강화된다고 합니다. 또 보행환경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과 보도·이면도로 등 보행공간에서 보행자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담기게 됩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2,200여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6.4%를 차지했으며 그 이유는 차량중심의 교통체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행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지역처럼 노인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는 노인들의 안전을 적극 보장해 드려야만 합니다. 법률안 제정을 통해 보행권이 확립돼 국민생활이 편리해지고 보행자의 안전이 법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발적이고 성숙한 시민정신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공권력 때문이 아니라 우리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보행권 확보를 위한 노력들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보행자는 곧 우리의 형제자매이며 부모님이자 우리의 이웃입니다. 우리 이웃의 안전을 위해 인도에 물건을 적치하여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군은 최근 쾌적한 거리를 만들고자 예산을 지원하여 읍내 상가의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하였습니다. 차제에 주민들의 보행권을 되찾아 줄 수 있도록 인도확보를 위한 노력을 민과 관이 함께 하였으면 합니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보다 '나 하나만 이라도' 라는 생각으로, 인도를 주민인 보행자에게 되돌려 주는 시민운동을 제안합니다. 그러한 작은 실천들이 질서가 있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데 일조할 것이며, 우리지역을 살기좋은 지역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장 이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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