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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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찾아서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0.07.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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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 내리는 들과 산에 여름 꽃들이 활짝 웃고 있다. 이런 날에는 유년시절 시골집에서 보낸 여름날이 생각난다. 아주 더운 날, 방에 배를 깔고 엎드려 열려진 방문 밖의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낮의 더위에 숨을 헐떡거리기는 했지만 연분홍빛과 아이보리색의 수염을 달고 있는 커다란 옥수수와 나무지주를 타고 올라가 노란색 꽃과 작고 큰 싱그러운 향기를 품어 내던 오이, 돌담장 밑의 커다란 잎과 꽃 냄새가 특이한 호박, 주렁주렁 달려있는 고추 몇 포기, 그 외에 토마토와 가지 등이 보였다. 여러 가지 열매와 꽃과 푸른 잎들이 어우러져 아주 풍성한 텃밭은 어렸지만 내게 행복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 열매들은 여름 내내 우리 집 반찬과 간식이 되었다.
난 그 푸르른 풍경을 바라보며 숙제와 공부보다는 내 장래의 꿈과 이야기를 나름대로 만들어 그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생각에 푹 빠지기도 했고, 동화책을 보곤 했었다. 그 때는 동화책이 귀해서 정말 소중하게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최초로 읽었던 동화는 ‘하늘에 닿은 콩 나무’인 것 같다. 젖소가 전 재산인 가난한 모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젖소가 젖이 나오지 않아 어머니는 주인공 소년에게 시장에 가서 팔고 양식도 사오라고 한다. 그 젖소를 팔러 가는 중에 젖소를 염소와 바꾸고 이후 닭, 썩은 사과 등 몇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콩 세알과 바꾸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어머니한테 심하게 걱정을 듣고 저녁도 굶은 채 잠이 들었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마당에 던져 버린 콩이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타고 올라가게 되고 황금 닭이 지키는 무서운 거인의 보물을 하나씩 가져 내려와 부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그 소년이 보물을 가져올 때마다 거인이 뒤따라 내려오는데 그 내용을 읽을 때는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고 바싹 긴장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장 손해를 본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교훈 같기도 하다.
또 하나의 동화는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내게 슬픔이란 감정을 가져다 준 것이라 기억의 창고 속에 있다. 부모님과 여동생을 둔 예쁜 소녀 이야기로 주인공 소녀가 어머니 심부름을 가다가 잠시 강가에 앉아 쉬었는데 부주의로 끼고 있던 반지를 물에 빠뜨렸다. 속이 상해 있는데 물고기가 그 잃어버린 반지를 입에 물고 나와 소녀에게 주게 된다. 그 뒤, 소녀는 물고기와 친구가 되고 자주 물가에 와서 놀곤 했다. 소녀가 노래를 부르면 물고기가 나왔고, 그렇게 물고기를 좋아하는 것을 부모님은 걱정이 되어 소녀에게 물고기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말렸지만 소녀는 더욱 더 물고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날 부모님은 소녀를 멀리 심부름을 보낸 뒤, 소녀의 동생을 시켜 물가에 가서 노래를 불러 물고기를 나오게 한 뒤 그물로 고기를 잡는다. 소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물가에 가서 노래를 불렀지만 물고기는 나오지 않아 불안했다. 소녀는 물고기를 만나지 못해 기분이 나쁜 상태로 집에 돌아왔는데 도마 위에 죽은 물고기를 보게 되었다. 소녀는 큰 충격을 받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그 이후 그 집에 꽃이 피면 그 소녀가 물고기를 부르며 불렀던 노래가 바람과 함께 실려 왔다는 내용으로 내 작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책을 읽고 난 뒤, 그 노랫소리가 들리는 꽃밭이 우리 집 꽃밭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하게 되었고, 난 많이 슬퍼하며 상심한 소녀의 모습을 나름대로 그려보기도 했었다.
그 당시 책을 읽을 때면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그 장면들을 생생하게 그리는 습관이 들어 지금 역시 소설을 읽게 되면 그 느낌이 되살아난다. 이렇게 책은 우리에게 많은 감정들을 제공해 준다.
내가 성장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야기’였다. 그것은 두 가지로 하나는 동화책을 비롯한 문학 등 많은 책들이었고 그리고 또 하나는 어머니와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옛날이야기와 소소한 일상 이야기였다.
내 나이 정도 되는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동화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로 어머니와 선생님이 들려주신 옛날이야기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고달픈 일로 하루를 마치는 밤이 되면, 쉬지도 못하고 올망졸망한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그 이야기를 자장가로 들은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때 “선생님! 옛날이야기 하나 들려 주셔요.”하고 우리가 조르면 선생님은 “무얼 해줄까?” 하시곤 했다. 우리는 앞서서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것도 좋아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해 달라고도 했다.
이야기는 말로 듣거나 들려 줄 수 있고, 또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좀 더 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양한 책을 읽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아이가 책읽기를 잘 하길 원하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 대화도 그렇지만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아이들 과정에 맞는 책을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권하면서 아주 재미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다보면 아이도 궁금증에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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