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보은군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선진당 의원만의 조율로 의장과 부의장 두 자리를 모두 꿰찼다. 보은군의회 정원 8명 중 선진당 소속 의원 5명만이 선거에 동참했고 한나라당(2명)과 민주당(1명)은 뻔한 결과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결기로 아예 본회의장을 이탈해 표결처리를 외면했다. 이에 자유선진당도 실력으로 다수당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지난 5대 한나라당이 전후반기 의장을 독차지했지만 올해는 자유선진당이 의장은 물론 부의장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되로 받아 말로 돌려준 셈이지만 추후에도 파행운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박범출 의원은 이와 관련 “개원 전부터 자유선진당의 의장단 독식을 건의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의장과 부의장 자리를 놓고 자신들끼리만 사전협의를 하는 등 다수 의원들의 횡포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소수 정당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이번 의장단 선출은 앞으로 전개될 의회의 모습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군의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지역은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영동군의회도 자유선진당의 의장단 독식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해 파행 운영됐다. 제천시의회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장단 독식에 민주당 의원이 집단 퇴장하는 등 출범 초부터 곳곳에서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정당공천제도 도입 후 여러 변화가 있지만 의장은 다수당이 아니면 될 확률이 거의 없게 된 점도 이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같은 정당인으로 자당 후보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진솔한 주장도 있지만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매달리는 것 또한 바람직한 군의회 상은 아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내심 ‘의회가 공화당 쪽으로 넘어 갔으면’하고 바란다는 말이 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민주당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는 대신 국정책임이 분산돼 대통령 재선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여소야대가 야당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여소야대는 대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보다 오히려 누가, 어느 쪽이 힘을 갖는지가 논의 중심이 된다. 정치가 누구 수준에 멈추게 되면 구체적 정책에는 특수한 이해집단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정치가 위험한 포퓰리즘(인기영합)으로 흐를 수 있다.
지역살림살이를 감시할 보은군의회도 여소야대로 힘이 붙었지만 책임소재 또한 분명해졌다. 그러나 이전에 민감한 현안들을 결정하고 시행함에 있어 정당이 구별 지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역발전과 지역 주민을 위해서라면 정당 이해관계를 떠나 소통과 협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설득과 타협으로 사안에 대한 수정과 발전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고 지원도 이끌어내야 지역이 살고 민심도 얻기 때문이다.
선진당은 자신을 지지한 주민들이 있었기에 의회로 진출했듯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해준 주민들도 보은군민이란 사실을 늘 잊어선 안 된다. 소수당 역시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밥그릇 쟁탈전 같은 시시콜콜한 일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다수당 실체를 인정하고 지역을 살찌우는데 역량과 지혜를 모아 의정활동에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뽑아준 지역민에 대한 보답이고 예우고 할 일이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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