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양이 돋보이는 최태하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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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문양이 돋보이는 최태하가옥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10.05.2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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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마당에서 안채 중문을 거쳐 안채 로 진입하는 방법외에 사랑채 뒤쪽으로도 안채로 통하는 작은 일각문이 하나 있다. 이는 집안 내부 사람들을 위한 문으로 사랑채에서 안채로 바로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문이다.
즉 집안 외부에서는 솟을삼문에서 중간마당, 그리고 안채 중문을 거쳐 안채로 진입해야 하지만, 집안 내부에서는 사랑채 뒷 방문을 통해 일각문으로 안채에 진입할 수 있다.
사랑채 뒤쪽으로 일각문으로 통하는 길은 안채쪽으로 담장을 둘러 샛마당을 만들었다. 즉 사랑채에서 곧바로 안채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공간은 마당이라기보다 집안 내부에 만들어진 작은 골목길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 전통가옥의 다채로운 공간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안채는 안채와 마주보고 선 행랑채와의 사이에 넓은 안마다아을 두고 있다. 또한 안마당을 옆으로 돌아 장독대가 있는 후원과도 이어진다. 그리고 안채를 둘러싸고 있는 당장가운데로 다시 작은 일각문을 두고 있는데 이 일각문 밖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바닥에는 사랑채처럼 풀들이 자라고 있다. 이곳은 원래 채마밭이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 밭을 일구는 머름들이 안채로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작은 일각문을 둔 것인 듯하다.
이 집의 건립시기는 1892년이다. 안채 상량문에 ‘숭정기원후오임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고종 29년인 1892년을 말한다. 문화재 및 건축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랑채도 안채와 같은 시기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행랑채나 광채 등 부속건물은 안채나 사랑채보다 늦게 건축되었을 것으로 본다. 또한 건축 이후에도 여러차례 증개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집의 사랑채나 안채나 모두 높은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집을 안혔다. ‘ㅡ’자형의 사랑채는 동남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안채와는 직각의 방향으로 놓여있다. 자연석 기단을 쌓고 그 위에자연석 주추를 놓았다. 가운데 대청을 놓고 사랑방 두칸과 작은 사랑방을 두었다. 솟을삼문 옆쪽으로는 부엌을 들였는데, 부엌 위쪽으로는 다락을 설치했다. 부엌 앞쪽으로는 작은 고방을 설치했다.
역시‘ㅡ’자형인 안채는 사랑채와 직각으로 놓인 탓에 동북향으로 앉았다. 사랑채와 안채가 직각으로 배치되는 경우도 흔치는 않다. 안채는 규모가 모두 6칸으로 5칸인 사랑채보다 1칸이 더 크다. 왼쪽에 부엌을 두고 이어서 안방을 두었다. 안방 옆으로는 두 칸의 널찍한 대청이 있고, 그 옆으로 건넌방이 이어진다. 건넌방 밑으로는 아궁이를 두고 있어 건넌방 앞으로는 높은 돌마루를 설치했다.
그런데 안채 마루위에 작은 상패가 하나 놓여 있다. 현 소유주의 부친인 최태하 선생이 과거 청주시장 시절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받은 공로패였다. ‘제8회 소년체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참가선수들에게 무료 민박을 제공해주는 등 시장의 특별한 배려에 감사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집안 내력의 일단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최태하 가옥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다양한 창호의 무늬와 겹집 형태의 퇴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퇴는 안채에서 두드러지는데 대청 뒤쪽으로도 한칸은 후원과 바로 터놓았지만, 나머지 한칸에는 뒤쪽으로 작은 방을 들여놓았다. 안방이나 건넌방 뒤로도 모두 작은 고방과 옷방을 설치했다.
아마도 이런 퇴를 둔 것은 보은 지역이 소백산맥을 비롯해 산간지역에서는 집의 앞 뒤편으로 방을 겹치게 하거나 툇집 형태로 방을 들이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는데 이는 이같은 겹배치를 통해 추위를 막기 위함이다.
이 집의 창호가 사랑채나 안채나 모두 이중으로 되어 있는 점도 역시 기후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특히 창호를 이중으로 설치하면서 다양한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띠살문을 비롯해 격자무늬 등 다양한 문양으로 쓰였다. 또 둥근 원 모양의 문양을 만들어 문을 겹치게 해 놓은 것도 있다. 모두 일반 민가에서 흔하게 쓰기는 어려운 문양과 형태들이다.
또한 이 집에서는 사랑채나 안채나 모두 대청에서 방으로 연결되는 문을 분합문으로 만들어 공간의 개폐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분합문을 사용할 경우 문을 접으면 전체공간을 하나의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랑채나 안채의 대청앞의 문에는 들어열개를 설치했다. 이역시 문을 들어올려 열 개에 걸어놓으면 집의 앞뒤가 시원하게 트인다. 우리네 전통한옥에서는 이처럼 우수한 공간활용의 지혜들을 엿볼 수 있다.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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