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공간구성의 최태하 가옥
상태바
엄격한 공간구성의 최태하 가옥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10.05.20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길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최태하 가옥은 너른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현재 집의 소유주인 최재덕씨에 따르면 원래 집앞의 빈터까지 널따랗게 구획돼 있었다고 한다. 지금 담옆으로 빈 땅으로 남아 있는 곳은 머름의 집과 행랑채 등이 대여섯채 정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사랑채앞으로 담을 둘러싸고 작은 철대문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곳에는 원래 삽작문이 있었던 곳이다.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랑채만 기와를 얹었고, 안채를 비롯한 다름 부속채들은 모두 초가로 지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집의 규모로 볼 때 사랑채를 기와로 지었다면 안채도 당연히 기와로 하는 것이 사대부의 일반적 건축형태이다. 그런데 안채를 비롯한 모든 건물을 초가로 한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을 터였다.
최재덕씨의 설명에 따르면 안채를 초가로 지은 것은 풍수지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집터는 풍수지리상 학이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인데, 이런 현상에는 초가를 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집의 모양새가 겸손하고 검소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이 원래의 상태로 다시 복원된 것은 불과 몇 년전의 일이다. 최재덕씨의 선친인 최태하 선생이 공직에 오래 몸담고 있던 터여서 정부 시책에 따라 한때 초가위에 기와를 얹어놓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집을 촬영한 어떤 사진들은 안채 등이 기와로 된 것들도 볼 수 있다. 이 일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때의 일이다. 최태하 선생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충주시장 및 청주시장 등을 역임한 분이다.
최태하 가옥은 집의 배치도 매우 특이하다. 사랑채 바깥으로 두른 담장 사이에 난 철대문을 들어서면 사랑마당과 함께 사랑채, 그리고 중문간채가 서있다. 사랑채 맞은 편으로는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회화나무가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양 큰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사대부가에 회화나무를 심는 예가 드물지는 않되, 이 집의 나무는 수령이 200년이나 되어 나무둘레만 30m에 높이가 25m에 이르러 그야말로 나무의 자태가 우람하다.
현재 집의 주인이 살고 있지 않아 사랑마당은 풀들이 사람 무릎높이만큼 자라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집 주인을 대신해 같은 선곡리에 관리인이 있지만 매일 집을 돌아볼 수는 없는 터여서일 게다. 그러나 사랑마당을 제외한 안마당 등 집안 내부의 마당이나 건물들은 비교적 잘 정돈돼 있다.
사랑채 옆으로 중문간이 나 있는데 이 문은 특이하게도 솟을삼문 형태를 갖추고 있어 마치 주 대문인 양 착각할 수도 있다. 이 중문간을 들어서면 중간마당과 만나게 된다. 이렁 공간구성은 웬만한 규모의 사대부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드문 형태다. 이 중간마당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을 다시 거쳐야 비로소 안채로 진입할 수 있다. 집의 규모에 따라 한 단계를 더 거치기는 하지만, 유교적 질서에 맞춘 내외공간의 구분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주는 공간구성인 셈이다.<다음에 계속...>
/조순이 실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