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붓 가는 곳이면 어느 장르와도 통하고 또한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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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붓 가는 곳이면 어느 장르와도 통하고 또한 행복하죠”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05.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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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속리·수정초 등서 강사로 활동

“마음의 붓 가는 곳이면 서예든 한국화든 어느 장르와도 다 맥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 제 작품을 이해해주고 조언해 주는 남편이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의 정기옥(65·서예가)씨는 비로소 붓질로 이뤄온 30여 년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펼쳐 놓는다.

◇초등 4학년 때 붓글씨로 자신감 얻어
“기억으론 초등 4학년 때였어요. 방학숙제로 해간 붓글씨작품을 보고 선생님의 ‘참 잘했다’는 칭찬에 더더욱 서예를 좋아 했어요. 제 작품이 교장선생님 방에 걸렸고 그 때부터 붓글씨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습작과 작품사이를 넘나들며 쏟아온 세월이 어언 30여년이 흘렀다는 정 씨는 이제야 서예에 관한 한 이야기 할 수 있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섰다고 말한다.

◇초암 김시운 선생으로부터 서예 사사
그가 서예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30여 년 전, 당시 보은읍 민정당 3층 사무실에 ‘해동연서원’이란 간판을 내 걸고 서예학원을 열었던 초암 김시운 선생 덕이었다.
“누구나 그렇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첫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초등생부터 장년,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동기를 갖고 서예를 시작하다보면 그 사이에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몰입시키는 가장 높은 정신수련이 되더군요.”
일례로 정씨는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서예를 통해 수개월이 지나면 정신을 집중하고 오히려 80분간의 시간을 견디는 힘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비록 속리초등 같은 곳엔 1주일에 강의가 한 번이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번잡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볼 때 그게 바로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외로움, 고독감, 소외감 서예로 극복
그는 또 “노인장애인복지회관에서 16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한 분 한 분이 서예시간이 많이 기다려진다고 말들 합니다. 오전 일찍부터 기다리는 분들도 있어요. 늙으면서 마음속에 자리하는 허무감, 자녀들과의 소원한 마음에서 오는 외로움, 사회로부터의 소외감, 이성으로부터 멀어진 사람과의 관계 등등 모든 부작용들을 서예를 통해 극복하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모든 것을 수용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을 보고 효과에 대해 놀라고 있다.”고 말한다.
“항상 오른손을 아끼세요”라고 말한다는 정 씨는 “생업을 하다보면 손을 다칠 수 도 있고 그러면 작품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손에 대한 주의를 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각종 회화대전이나 공모전 등에서 수차례 수상을 거머쥔 정 씨는 취미로 끝나고 그 자리에서 멈추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남편사랑이 작품 활동의 후원자
그러나 그럴 때마다 용기와 격려를 아낌없이 쏟아부어준 남편 김영철(65)씨 덕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 활동에 시너지 효과는 물론 정신적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는 것은 바로 남편사랑이다.
김 씨는 속리산면 상판리의 정이품송 옆 공간부지에 그림과 서예에 대한 습작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전에 있던 옛집을 리모델링해 ‘창작의 산실’을 마련해 준 것.
특히 정 씨의 작품을 바라보며 허전하여 채묵을 입혀야 할 부분과 아닌 부분을 조언해 주는 역할 도 마다않는 김 씨다.
서예 못잖게 정씨가 애착을 갖고 있는 장르는 또한 묵화(한국화)다.
이제 습작해 온지 10여년을 바라보는 세월이지만 아직도 이 분야는 더 갈고 닦아야 하는 먼 길임을 정씨는 알고 있다.
“1주일에 2번 씩 보은문화원으로 그림을 배우기 위해 갑니다. 문화원의 정영택 지도강사 덕에 저는 서예가 아닌 한국화로 공모전 입상과 특선을 했어요. 이 모든 게 감사할 뿐이죠. 현재 26명의 회원들이 그림을 배우고 있어요.”
“문화원에서 그림을 그리다 속리초등으로 강의를 위해 습작하던 그림을 놓아야 할 때가 가장 아쉬움이 크다”고 말하는 정 씨는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가 서예를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을 통해 보람을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혼 전인 1970년에는 의상실을 경영했었다는 정씨는 “취미로 시작한 붓글씨가 오늘날의 저를 서예가의 길로 이끌었고 앞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열기 뜨거운 보은문화원, 보은 도서관
보은지역의 문화열기가 무척 뜨겁다고 말하는 정씨는 “보은문화원에선 서예, 한국화, 공예, 사진 등이, 보은도서관에선 민화, 문인화, 서예전시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생에서 살아가는 형태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 한 일 아니냐”고 말한다.
“전에는 저의 집에서는 야생화를 키웠어요. 집안 일 꾸리는데 모든 신경을 다 쏟고 했어요. 그러나 작품활동에 몰입하다보니 야생화 키우는 일이나 집안일에는 많이 소홀 해졌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편의 사랑이 더욱 돋보이는 거 아닐까요?”
“저는 작가에요”라고 말할 수 있어 좋다는 정 씨는 “이왕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은 일념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다.
한글로는 솔밭, 한문으론 송전(松田)인 정 씨의 호는 그가 사사를 받은 스승인 김시운 선생이 지어주었다고 했다.
김시운 선생의 스승은 바로 청주 해동연서회의 김동연 선생의 첫 제자란다.
“제자에는 우숙희, 남옥희, 김기옥 씨 등이 있어요. 김동연 선생이 쓰신 작품으로는 속리산 법주사 지하 석실 밑에 궁체로 쓰인 ‘유월탄 짓고 김동연 쓰다’란 작품이 있어요.”
속리산 정이품송의 기를 온전히 받아서 일까? 그의 작품이 이제 서서히 여물어감을 느끼는 그다.
“제가 순전히 여느 아내들처럼 가정경제의 틀 속에 잡혀 살아오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남편의 덕입니다. 저는 숫자에 너무 희박해요. 경제관념도 없구요. 무척 단순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로지 작품 활동에만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다보니 그림과 글씨도 단순해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부동산업이 주업인 남편은 재작년부터 3000평의 땅에 대추 농사를 시작했다.
아마도 올해부터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정 씨는 그러나 농사도 저는 몰라요. 남편이 사람을 얻어 다 하시거든요. 그러나 요즘 달라지는 말이 있어요.”
“어! 일어나기 힘들다”며 굽히고 일어날 때 삭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남편이 이젠 제법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는 정 씨다.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정씨는 서예를 제법 하는 큰 딸을 보며 ‘전수했다’는 자부심이 나름으로는 든다고 말한다.
“엄마 아빠는 닭살부부”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딸애들이 하는 말이 정말일까 싶게 요즘은 그도 느낌으로 받는 것을 보면 분명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아는 것인지도 모른다.

◇충북불교미술인전 작품 ‘직지심체요절’ 출품
정 씨는 회원이 된지 1년이 되어가는 충북불교미술인회(회장 이희영)의 회원 26명 중 하나다.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기념 ‘산사에서 대중 속으로’ 충북불교미술인전(7~12일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1층 전시실)이 개최된다.
이 날 전시회에 걸릴 정 씨의 작품은 ‘직지심체요절(70×135)’ 변상도 그림이다.
“글씨와 그림은 맥이 통하죠. 붓 잡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것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회원 중 여묵회원이기도 한 이경필씨는 문인화, 탱화, 단청 등에도 일가견이 있을 정도예요. 저와 함께 ‘동아미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민화작가인 박미향씨도 그렇고요.”
“매일 매일 작품의 승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어려운 작업이지만 나이를 먹으며 쌓아올리는 이러한 작업의 세계는 자신와의 힘든 싸움이기도 하죠.”
지극한 남편과의 사랑 속에서 작품에 쏟는 의지와 열정을 아이들에게, 노인층에게 나눠주며 오늘도 ‘행복하다’를 연발하는 그의 인생은 거액의 돈으로도 살 수없는 무형의 가치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수상경력>
대한민국미술대전(서예부문) 입선, 특선

충북미술대전 입선 특선  우수상

충북서예대전 입선 특선 초대작가

동아국제미술대전 특선 우수상 대상 초대작가(심사)

경기서화대전  삼채상 우수상 초대작가 (운영위원)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대상(문광부장관상) 초대작가

전국단재서예대전 입선 특선 우수상 초대작가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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