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복지관에 ‘천사가 떴다’
상태바
노인장애인복지관에 ‘천사가 떴다’
  • 보은신문
  • 승인 2010.04.29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 동안 식당 청소봉사 이어온 지적장애자 박병조씨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두 팔 걷고 식당 바닥을 청소하는 사람이 있다. 노인장애인복지관 식당직원이 아니다.
주인공은 지난 3년 동안 식당 청소봉사를 이어온 천사의 마음을 가진 지적장애 3급의 박병조씨(61, 보은읍 수정리).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약을 잘못 먹어서 지적장애를 갖게 된 박씨는 지난해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쓸쓸히 살고 있다.
“재미떠요. 하나도 안힘드더요. 오히려 기뻐요.”
22일 장애인 식당에서 만난 그는 남들이 먹은 식기를 깨끗이 닦으며 부정확한 발음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한달에 5번 정도 집 근처 정미소 일을 돕는 날을 제외하곤 항상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청소 봉사를 하기 위해 집에서 3㎞정도 떨어진 노인장애인복지관을 향해 인도도 없는 위험한 도로를 30분정도 걸어서 현관에 도착한 뒤 구석을 찾아 잠시 감사기도를 한 후 곧장 식당으로 향한다.
박씨가 하는 봉사는 식당 싱크대에 사람들이 먹은 식기를 설거지통으로 옮기는 일이며 식당바닥과 복도 구석구석을 빗질하고 걸레로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다.
가끔 식당직원들이 바쁠 때면 설거지 하는걸 도와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식사한 자리를 걸레로 닦기도 한다.
그는 매일 이렇게 3년 가까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장애인 복지관 식당에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식당의 허드렛일을 묵묵히 한 후 다시 30분을 걸어 집으로 가는 일을 반복했다.
그는 “남들이 몰라 줘도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사람들에게 조그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그가 식당 봉사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뿐이었다.
그는 항상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슴에 간직하면서 살았다. 망설인 끝에 조금이라도 나와 같은 장애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다 1년 동안 점심을 사먹었던 노인장애인복지관 식당에서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키지도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았는데 무작정 식당 바닥 청소를 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장애인 복지관의 허윤옥(41) 사회복지사는 “비록 하찮다고 여길지 모르는 식당 청소를 그분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에게 조그만 기쁨이 되는 것을 낙으로 여기며 불평 한번 하지 않고 꾸준히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며 “그분을 통해 이웃을 위한 나눔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으며 몸이 건강함에도 이웃을 위해 조그만 봉사라도 하지 못하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날 식당 청소를 마친 박 씨는 “조그만 선행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생각만 하는 것보다 낫다”며 “힘이 허락 하는 한 평생 이웃을 위해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하며 살고 싶다”라는 천사의 말을 전했다.
박씨의 이런 작은 봉사는 여윳돈으로 이웃을 위해 많은 돈을 기탁하는 선심성 봉사나 남는 시간에 요양원이나 고아원을 찾아가 보여주기 위한 봉사가 아니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식당의 허드렛일을 도와주지만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소중히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바닥을 혼신을 다해 깨끗이 청소한다. 이것은 건강한 정신을 가지지 못한 그가 생각한 유일한 사랑실천 방법이기 때문에 비록 식당청소일지라도 그의 봉사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