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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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10.04.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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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인간의 마음에 만물생사에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사랑의 손길이다. 봄비는 생명의 비다.
봄비가 내리면 겨우내 돌같이 꽁꽁 얼어있던 대지가 풀리고 땅속에 겨울잠을 자고 있던 곤충들도 대지를 헤치고 움츠리고 있던 몸을 일깨워 기지개를 활짝 켜며 일어나 앞날의 희망을 위하여 세상 밖을 박차고 나와 세상을 본다.
봄비가 내리면 겨우내 동남풍 비바람과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눈이 오면 눈꽃을 피워 모진 눈바람에 지쳐 있던 검은가지에 산천초목들은 새 희망. 새 잎과 꽃을 피운다.
화사한 봄볕따라 우리 인간들의 마음도 풀리고 새로운 소생과 희망으로 가슴이 부푼다.
푸른마음과 몸으로 특히 봄여행을 많이 가게된다. 겨울바다도 좋지만 겨울바다는 좀 초라해보이고 쓸쓸해 보인다.
겨울바다와 강도 은빛물결과 푸른물결도 한결 더 푸르러 보이고 철썩이는 파도소리도 봄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봄비라고 해서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때에 따라 모처럼 내린 봄비에 차량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사해를 입은자도 있다.
봄비가 내리던 그날 슬픔을 당하는 자도 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가음이 쓰린자들은 봄비와 더불어 슬픔과 고뇌에 젖어 함께 눈물을 흘리고 나면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과 봄비속을 화사하게 피어있는 도로주변에 꽃내음을 실컷 마시며 걷는다면 그 시간이나마 새로운 소망이 살아날 것이다.
여름비는 우악스럽게 여름 장마와 소낙비가 세차게 올 때가 많다.
그런데 봄비는 사뿐사뿐 다가오는 새색시의 발검음처럼 조용히 아침 창문을 열고 마당에 조용히 다가온다.
하늘에서 내리는 봄비는 담 너머에 감나무의 검은가지를 적셔준다. 그 감나무를 나는 마주 바라본다. 봄비와 감나무는 한 해의 희망을 언약하여 나무를 유혹하듯 가지를 흡족히 적셔준다.
하늘에서 내리는 봄비는 마치 분사기처럼 사방에 골고루 뿌려준고 있다.
너무 가벼워서 마른 나무 가지에 쉬어가듯 머물며 산천초목과 밭의 과일 나무 가지마다 독야청청 소나무 잎에도 빗방울이 맺힌것이 마치 꽃이 핀 것 같이 앙증맞고 신비스럽다.
지난 겨울 유난히도 함박눈이 많이 쏟아지던 날 나뭇가지에 흰 매화꽃처럼 핀 눈송이를 보고 난 어린아이처럼 나뭇가지 곁에가서 흰 눈꽃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입과 볼에 대보기도 하면서 향기없는 눈꽃을 감상했다.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은 봄비가 퍽이나 자주 오는 편이다. 봄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이리 우울하게 가라 앉는지 나도 이해 할 수 없을만큼 우울한지 모른다.
나의 마음은 아직 차고 녹여지지 않는다. 녹여 질 수가 없다. 그건 나의 탓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봄은 있는가... 봄은 오는가...
아득히 멀리 떠나있는 나의 꿈, 이 나이에 꿈이 있으면 희망이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련만은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고달픈가를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자꾸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나의 모습이 변하는 몸매와 얼굴 표정까지도 신경을 쓰게되어 남들 앞에 나서기가 두렵고 혼자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젊어서 팽팽했던 육체가 탄력을 잃고, 점점 환혼기로 변해가는 육체, 그러나 가벼워지는 것은 몸뿐이 아니었다.
마음속의 욕심을 가득 채웠던 것들이 하나 둘씩 비워버리게 된다.
젊어서 자식을 통해 마음의욕심도 채우고 시기심과 질투도 느끼고 남이 하는 것을 보면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욕심도 있었지만 이젠 나이탓인지 욕심도 시기심도 질투도 모두 버려지는 것 같다.
인간은 봄비처럼 살다가 가는게 도리인것 같다.
봄비 생명의 비가 내리면 봄을 아리는 처 새싹과 마늘과 파가 제일 먼저 고개 들고 올라와 봄을 알리고 희망의 약속을 한다.
우리 인생도 봄비처럼 부모 슬하에 생명의 비가 내리면 생명이 생기고 자라고, 줄기가 생기고 잎도 생기고 그리고 나면 꽃망울이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우리내 인생도 봄비 속에서 살아나는 초목과도 같다.
계절에 따라 봄부터 시작하듯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가지가 자라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
산수유와 개나리 꽃은 밝은 색이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목련과 진달래도 뒤이어 피어나고 도로 주변에는 살구꽃들이 한창이다.
초목들은 철따라 피고 지고 하련만은 사람의 봄꽃은 한번 피다 지면 다시 봄철이 없으니 우리 인생살이는 초목만도 못한 부초같은 인생이다.
우리내 인생살일에도 봄비가 있다. 봄비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불안에 떨던 외로운 삶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밝은 내일을 바라보게 한다.
오랫동안 투병하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내가 더 아파했던 날들을 여자의 몸으로 묵묵히 감당해야 했다.
삶은 고통스럽지만 절망을 딛고 새처럼 날아야 한다고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며 고통을 이기고 살아왔는가...
내 삶은 나를 믿고 내 주위에 나를 지켜보고 팔과 다리가 되주는 자녀들과 남편이 있기에 내가 서있는 것이다.
봄비는 할늘이 내린 축복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를 위로 해준던 사랑의 손길인 봄비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를 결코 잊을 수 가 없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숨 쉬며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시름없이 내리는 봄비는 그칠 줄 모르지만 비가 그치면 새 희망의 봄 빛이 밝아온다. 우리내 인생도 한 때는 비가 내리고 먹구름이 낄 때도 있지만 참고 견디며 살면 언젠가는 밝은 햇살이 우리를 밝혀 주리다.
하늘의 축복과 믿음을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희망을 잃지 말고, 즐겁게 살면 검은 구름이 걷힐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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