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더 불편한 이들을 보듬는 소리 낚는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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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더 불편한 이들을 보듬는 소리 낚는 어부’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04.2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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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충북농아인협회보은군지부 창립에 기여·수화통역으로 '수화교실'운영
▲ 임원빈 충북농아인협회 보은군지부장
이 세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란 다만 불편함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평생을 소리 없는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러나 두려움보다는 사랑으로 온 마음을 채우며 나보다 더 불편한 이들을 살뜰히 보듬으며 살아가고 있는 임원빈씨를 만났다.
충북농아인협회보은군지부장이자 보은군수화통역센터장인 임원빈씨(사진 54·보은읍 죽전리 ☏544-6908~9)는 지역 내 청각장애인들을 가가호호 방문, 수화통역과 권익향상을 위한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노력을 통해 현재 110명 회원들의 대부로 그들이 세상의 빛을 받으며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자리매김해온 공로자다.

◇2세 때 부터 알게 된 완전농아의 세계
‘언제부터였을까?’ 근원을 알 수 없는 소리 없는 세계를 인식한 것은 바로 두 살 때부터였다. 그가 가진 몸의 상태는 완전 무성음의 세계, 완전농아의 세계였다.
농사를 짓고 사는 부모님은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그 자식들 중 큰딸을 포함 농아는 4명이나 됐다. 첫째, 둘째, 다섯째, 여섯째가 그랬다. 당시에는 그도 몰랐고 누나도 몰랐던 청각장애인의 세계 속에 그의 유년 시절은 그렇게 갇혀버리고 말았다.
“어린 시절, 다들 말하는데 나만 말할 수 없었고 학교 갈 나이가 되었지만 학교도 갈수 없었고 혼자만 놀았어요. 손수건에 이름표까지 달고 마냥 놀다가 친구들을 따라 회남초등학교를 따라다니곤 했어요. 친구들이 놀리고 그래서 싸우고...그러다 학교가 쉬는 날인지도 모르고 또 학교 오고...”
초등학교 시절, 1, 2주 정도를 그렇게 따라다니기만 했다는 그는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글자도 가르쳐주시고 함께 놀아주시곤 했다”며 당시의 고마운 기억들을 회상했다.

◇대전 원명농아학교에서 교육받던 시절
“누나는 못 갔지만 나는 그래도 운이 좋아 부모님이 당시 ‘대전 원명농아학교’를 보내주셨어요. 그때가 9세 때였어요. 누나는 울고불고 부모님 떨어질 새라 못 갔지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으니까요. 누나는 현재 무학이지만 다른 형제는 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저는 어렵사리 초등 6년, 중등 3년을 졸업하게 되었지요.”
보은군 회남면 신곡리(99-1)가 고향인 임 지부장은 지금 76세가 되신 연로한 노모를 모시고 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는 항상 그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했다.

◇원래 직업은 어부, 붕어빵장사는 부업
읍내에서 불티나게 잘 팔리는 붕어빵 장사로 이름난 임 지부장은 원래는 회남면사무소 어업계에 등록돼 있는 어부임에 틀림없다.
“새우 잡이, 생선 잡이, 다슬기 등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잡습니다. 그러나 겨울에는 어부생활을 할 수 없어서 생계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붕어빵 장사였어요. 10년 전쯤 대전에서 시작한 붕어빵 장사를 보은에서 시작한 거죠.”
임 지부장과 부인 도형숙(50)씨 사이에는 아들 길혁(22·청주대 관광정보학과)군을 두고 있다. 아들은 현재 군 입대 중이다. 고교를 졸업한 형숙씨도 역시 청각장애인이며 농아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척척 해내는 활달한 성격으로 남편 내조에도 백점만점이란다.
“저는 아들이 하자는 대로 무슨 직업이든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대하고 돌아오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여 전문관광인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들 길혁군과의 대화소통은 수화실력이 뛰어난 아들 덕택으로 문제없이 소통이 가능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임 지부장은 전했다.

◇충북농아인협회보은군지부 창립에 큰 기여
보은군수화통역센터장도 맡고 있는 임 지부장은 회원들에게 산외면 소여리, 속리산면 등 오지까지 차 운행을 도맡아하며 일일이 집을 방문해 집에서만 움츠리고 있던 회원들 하나하나를 사무실로 이끌고 나올 정도로 그 노력이 대단했다고 통역사인 지은숙씨가 설명해주었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8년 2월 충북농아인협회보은군지부가 창립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들려주었다.
통역사인 지은숙(44)씨는 언제나 청각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뛰고 있으며 지난 1986년부터 수화를 시작했다. 지금은 청주에서 출퇴근을 하며 이곳 보은군수화통역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지 꽤 됐다.

◇일반인, 농아인을 위한 ‘수화교실’ 운영도
충북농아인협회보은군지부 부설 보은군수화통역센터는 군 기준 현재 400명 이상이 되는 청각장애인 중 100여명에 이르는 청각장애인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권익보호나 수화보급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수화를 배우지 못한 일반인이나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을 위한 지속적인 수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되는 수화교실에는 일반인이 화(초급반), 금(중급반)요일 오후 6~7시이며,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맹한글 수화교실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12시까지로 진행되며 월요일 오후 6시에는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 수화통역사 지은숙씨
◇수화교육 후 무료점심 제공하는 ‘왕대포식당’
통역사인 지은숙씨는 “대략 40~50명의 농아인들이 수화교육을 마치면 무료로 점심을 대접해 주시는 고마운 식당이 있어요. 사무실 맞은편에 위치한 왕대포식당이에요. 이필수 사장님과의 첫 대면은 보은군수화통역센터 개소식 날 이었어요. 임 지부장님과 저와 셋이서 통역하며 식사하는 것을 보시고는 생각만을 하셨다가 우리가 자주 그 식당을 들르다보니 알게 되셨고 그 후 농아인들을 위해 점심을 무료로 주시겠다고 하셨다.”고 흐뭇해 한다.
이렇듯 세상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더욱 많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도 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년 보은서 6·3농아인의날 체육대회 개최가 ‘꿈’
“보은군수화통역센터는 군 단위에서는 옥천군 다음으로 두번째 보은군에 창립됐어요. 아직도 수화를 배우지 못한 청각장애인들이 교육을 통해 수화통역을 하고 있어요. 6월 3일은 농아인의 날입니다. 제 바람이 있다면 2011에 있을 충북도에 사는 전체 농아인들이 보은에 모여 6·3농아인의 날 기념식과 충북 농아인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화통역센터의 활성화로 정말 멋있는 보은군수화통역센터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군 단위는 열악해 지부가 없는 곳도 많아요. 점점 이같은 지부가 많아져 혜택을 못 받는 이웃들이 보다 많은 혜택을 받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수익금 벌기위한 대추축제 붕어빵 장사 불티
지난 대추축제 때 회원들이 뭉쳐 오전 10시~밤 10시까지 붕어빵을 구워 판매할 때 타 단체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섰던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며 임 지부장은 수화로 말을 이었다.
“군에서 지원되는 보조금이 올해는 1150만원에서 886만원으로 줄었어요. 보조금이 줄지 않아도 우리는 늘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수익사업을 합니다. 어떤 때는 김을 사다가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요. 그런 수익금으로 지금의 사업들을 운영해 가고 있습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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