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은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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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은을 생각하며
  • 이동섭 보은경찰서장
  • 승인 2010.02.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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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삼년산성에 올라 해돋이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설도 지나지 않았는데 경인년이 밝았느니 60년 만에 백호(白虎)의 해가 열렸느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좀 성급한 일이 아닌가도 싶었다. 그러나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해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풍습임에는 틀림없다. 해가 바뀌어서인지 우리 지역에서도 각급 단체장의 이·취임식이 잇따르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등 갑자기 분주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곳의 경찰서장으로 부임한지 어언 1년이 되어 간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유임(留任)이 되어 보은사람들과 당분간 더 함께하게 되었다. 본인이야 보은 지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기쁜 마음이지만 내심 서장이 바뀌길 기대하신 분들께는 송구스런 마음도 든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보은을 사랑하였고 열정을 가지고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을 펼치고자 노력하였다. 그동안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시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 지역민들께 감사드린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변함없이 보은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는 바이다.
처음 이곳에 부임할 때부터 왠지 고향처럼 푸근하고 애착이 많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민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주말에도 지역에 머물며 등산도 하고 동네 이곳저곳을 누벼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게 아니라서 보은에 정이 담뿍 드는 것 같다. 이곳을 떠날 날이 벌써부터 두렵다.
이토록 애정이 많은 보은이지만 한편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우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지역 민심이 너무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네편 내편 편을 갈라 서로 시기하며 모함하고 헐뜯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좁은 지역에서 서로 돕고 감싸며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해도 부족할 판에 갈등하며 서로 반목하는 것은 지역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본인과 같이 이 고장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보은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가지고 가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본래 이 지역 성향인가. 선거 때문인가. 이권이 많아서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제 3자 입장에서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오지랖도 넓다고 고깝게 생각지 말고 한번쯤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지방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고장을 발전시키고 지역 민심을 통합해 나갈 인물을 선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많은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기가 적임자라고 나서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과연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필요한 사람인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경찰에서는 엄정 중립의 자세로 어느 누구라도 불법 선거 운동을 하는 자는 단호하게 사법처리 해 나갈 것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 지역이 그동안 선거 때마다 금품살포 등 혼탁 양상을 띠었다는 여론도 있는바 이번에는 이러한 불법 선거가 판을 치지 못하도록 전 경찰력을 가동하여 24시간 감시체제를 갖추는 등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천명하였듯이 지역의 토착비리를 발본색원 해 나갈 것이다. 선량한 대다수 사람들의 건전한 근로 관념을 흐리고 민심을 이반시키는 비리행위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지역주민들께서는 우리 경찰의 이러한 의지에 대하여 십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모쪼록 우리 보은이 민심 좋고 살맛나는 고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곳, 머물렀다 가고 싶은 곳, 와서 살고 싶은 곳으로 소문나고 전국에서 제일가는 보은으로 발 돋음 해 나가길 기원해본다.
/이동섭 보은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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