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는 한국과 일본 잇는 전통.문화 '이해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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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는 한국과 일본 잇는 전통.문화 '이해 키워드'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02.0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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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명(56)· 마쓰부찌 마리꼬(49)씨 부부
▲ 구본명씨 가족이 모처럼 여유롭게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하라면 나름대로 한 꾸러미의 실타래 같은 인생보따리를 풀어내게 마련이다. 저마다 살아온 삶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전문직 간호원으로 일하다 한국의 어느 평범한 가정의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국경을 초월해 연을 맺은 다문화가정의 구본명(56)·마쓰부찌 마리꼬(49)씨 부부.
이들은 교회를 통해 지난 96년 3월 올림픽 경기장에서 합동 축복식을 올렸고 기념비적인 그날을 늘 기억하며 평범한 생활 속에 특별한 행복을 담아내고 있다.


수정초서 남편은 스쿨버스 기사, 아내는 도서관 사서로

이들 부부가 몸담고 있는 곳은 국립공원인 보은 속리산에 위치한 수정초등학교로 이곳은 인근의 초등학교들이 부러워하는 영어거점센터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서 남편 구씨는 지난 87년부터 스쿨버스 기사로, 아내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그야말로 보물과도 같은 일본 명인 마쓰부찌 시즈끼 이자 한국명 정희(9·수정초 삼가분교 2년)양이 있다.
정희양은 45세였던 노총각 구씨가 운명의 마리꼬씨와 만난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얻은 양념 딸이다.
“참 사람의 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축복식이 있기 전 일입니다. 청주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유난히 비가 억수로 쏟아 붓던 날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생생합니다. 신부감이 오지 않아 기다리다 그냥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신부 접수 건을 부탁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신부감인 마리꼬가 나타난 겁니다.”

일본 이바라키현 ‘국립암센터’서 7년간 간호사로 일해

마리꼬 씨의 고향인 이바라키 현은 일본 동경에서 2시간 거리에 있다. 이곳은 국립공원 속리산과 같이 유명한 관광지인 추쿠바산이 자리하고 있다.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로서 사람들이 꽤 찾아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아버지는 토마토 가공공장과 꽃재배를 하셨어요.”
이바라키 현에서 간호대학을 나와 ‘국립암센터’에서 7년 간 근무했던 마리꼬씨는 우연히 알게 된 교회를 통해 한국과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고 지금은 어머니가 계시고 저는 딸 셋 중 첫째 딸로 장녀로서 어머니를 모셔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무척 마음이 아파요.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려요.”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도 심해 힘들었다”는 마리꼬씨는 “오히려 지금은 니보다 사위를 더 좋아하신다”며 잔잔한 웃음으로 그 때의 심정을 위안하는 듯 보였다.

남편은 작곡가, 사물놀이패, 자원봉사자, 성대묘사에 달인

올해로 연세가 78세인 시어머니 김봉님(78)씨는 며느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물설고 낯 설은 한국에 와 아이 낳고 살림하며 사는 며느리를 보면 정말 마음으로 예뻐요. 하지만 내가 나이가 많아 무엇이든지 도와줄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꽃 재배는 물론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구씨는 매사 열심인 생활인이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남편 구씨는 지난 93년에 보은문화원에서 사물놀이를 배웠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인 ‘한울림’으로 부터 사사를 받기도 했다.
“문화원 강사로, 관기, 탄부, 수한초등에서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탄부면, 마로면, 수한면 등에서 면 직원을 대상으로 사물놀이를 가르쳐 풍물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었죠.”
보은에서 유일한 풍물굿패 ‘땅울림’ 회장도 역임했던 그는 항상 천직인 스쿨버스 기사 외에도 민속공연이나 경로잔치, 경로당 위안잔치 등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일등 군민이다.
“꼭 7년째 나홀로 공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보은군만 1년이면 초청공연을 30곳이 넘게 다녀요. 물론 사비를 털어 먹을 것을 사가지고 다닐 때도 있구요. 보은에선 유일한 자원봉사자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작사작곡한 곡만도 20여곡이나 된다. 그 중 ‘갈곳없는 나그네’, ‘세월따라 가는 인생’은 그가 들어도 슬픔을 느낄 정도라나. 이 곡들은 이미 문화방송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일본에서 주현미, 태진아와의 공연도 가진 바 있는 구씨는 청주라디오 방송을 통해 새소리, 바람소리 등 30가지의 성대 묘사를 선보인 바 있다.

정희가 두살 때부터 열성 다해 일본어 가르친 마리꼬씨

정희가 두 살 때부터 마리꼬씨는 열성을 다해 일본말을 가르쳐 왔다. 곧잘 하는 정희의 일본어 실력에 속리산도 울었다. 바로 ‘속리산 자랑대회’에서 정희가 최우수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언어습득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정희는 저의 바람을 잘 따라주고 있어요. 그래서 감사하죠.”
마리꼬씨 부부는 앞으로도 자라나는 정희의 ‘끼’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 길만이 한국과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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