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사랑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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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사랑의 다리'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01.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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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와타나베 미유끼 씨 부부
▲ 심문섭 미유끼씨 가족들이 농장일을 마치고 단란한 가족애를 자랑하고 있다.
인생은 어느누구라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세상은 더욱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서 지난 95년 한국으로 시집와 이제는 얼마 전까지 탄부초등 방과후학교 일본어교사로, 충북에서 가장 큰 시설인 9917.4 ㎡의 미니토마토 농장을 17년간 운영하며 행복한 다문화가정을 이끌고 있는 심문섭(45)·와타나베 미유끼씨(45)부부를 방문했다.

미유끼고향, 내륙지방과 특산품 고구마생산 흡사

일본에선 특히 ‘특징 없는 지방’으로 유명하다며 웃음 짓는 미유끼씨의 고향은 바로 사이타마현이다. 동경에 가깝게 위치해 그나마 고구마로 유명하다는 이곳은 충북처럼 바다가 없는 산간 내륙지방이다.
이들 부부의 생활 거점지인 충북 보은군 탄부면 벽지리와 바로 이런 점에서 너무도 흡사하다. 고구마라면 이곳도 만만치 않은 맛을 자랑하는 밤고구마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대략 연 매출 7000만원을 올리는 미니토마토 시설하우스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유끼씨에게는 이런 시댁환경이 한국과의 인연에 대한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다.

편집기획자에서 한국 미니토마토농장 안주인으로

미유끼씨는 농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이타마현 리쇼대학 사회학과를 중퇴했다. 그리고 컴퓨터로 편집기획을 하는 회사에 재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교회를 통해 한국과의 결혼인연을 맺게 된 것.
“사진으로 처음 애 아빠를 보았는데 꼭 느낌이 회사사장 같이 생각되었어요. 성실하고 착한 인상이 마음에 다가 오더군요. 역시나 지금도 일에 대한 성실함은 누구라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니까요.”
그러나 그 당시 일본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도 완강하여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미유끼씨는 담담히 털어놓는다.
“정말 힘들었어요. 서로 인연 끊고 살자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으나 마음에 들어 온 믿음 하나로 현해탄을 건너 이국땅인 한국으로 올 수 있었어요.”
지금은 어엿한 한국의 미니토마토 농장 안주인이 되어 일에 몰두하는 미유끼씨 하루는 너무 짧기만 하다.


언어 안 통해 개밥 짓는 쌀로 저녁밥 짓는 실수도

한국에서의 신혼생활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 그 자체였다. 거기다가 시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홀시어머니를 모시며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미유끼씨는 매사에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생활했지만 실수도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생겨난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신혼 때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가져다가 열심히 밥을 지었어요. 그러나 문제의 시작은 바로 그때부터였어요. 가족을 위해 지었던 저녁쌀은 어머니가 개밥으로 쓰라며 따로 마련해 두신 쌀이었어요. 그 쌀은 적당히 흙이 들어가 있어 사람은 먹을 수 없던 쌀이었어요. 그런 쌀로 그때는 잘못 알아듣고 아무 생각 없이 밥을 지었던 거지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심각해요. 그만큼 한국생활 속에서의 언어소통은 매우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오래 전부터 앓아 왔던 중이염으로 이제는 모든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시어머니 육순심씨(78)에 대한 미유끼씨의 애정은 남다르다.
“항상 어머니를 위한 국거리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토마토 농장일 때문에 시간도 없고 그래도 추운 날씨에 항상 국을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사골국 등과 시골에서 마련하는 채소들로 국을 끓여 드리는 것 밖에는 못하고 있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도 중요

점점 인구가 줄어들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실정에서 이들 다문화가정은 그야말로 농촌인구를 늘이는 한국의 효자가정들이다.
심씨 부부와 큰아들 효준(13·탄부초등 6년), 둘째아들 효률(11·탄부초등 4년)군, 막내딸 은실(8·탄부초등 1년)양 등 2남1녀를 둔 다복한 가정이다.
점심때만 빼고 오전, 오후 농장 일에 매달려야 하는 심씨 부부는 방학 중에 있는 집에서 있는 자녀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혼낼 일은 혼내요. 가정이나 학교에서나 기본적인 규율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아이들의 공부를 돌보아줄 시간이 많지 않아 미안하지요.”

아이들을 통해 한국과 일본 잇는 다리역할 기대

미유끼씨는 지금도 세 자녀들에게 매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결혼초기, 친정부모의 완강한 반대가 아이들과 남편을 대동한 채 일본을 방문한 뒤로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인연을 끊자고 까지 생각했던 친정 부모님이 이제는 매일 안부전화를 해오는 등 인생의 반전이 이루어 진 것이다.
“전에는 서울까지 오셨다고 해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간 적이 있어요. 그만큼 아이들은 미래의 일본과 한국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강한 바람을 갖고 있어요.”
오는 5월초~10월까지 새로 시설한 하우스에서 미니토마토 수확이 가능해진다. 일본 수출도 이미 확보된 심씨 부부는 기대에 부풀어 힘든 줄 모르고 일에 열중하고 있다. 추위 속에서 영그는 미니토마토의 수확은 곧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온전한 투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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