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지혜롭게 행복을 되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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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지혜롭게 행복을 되돌리자
  • 이흥섭 실버기자
  • 승인 2010.01.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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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은 늙으면 허리가 굽어지고 사람은 늙으면 비관이 느니라.
수도 서울에 어떤 다복한 가정에서 아들 하나 잘 길러서 훌륭한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 부모님도 행복하게 모시고 처자식들과 안락한 생활 속에 살던 중 갑자기 어머니는 단란한 가정도 사랑하던 남편도 자식도 모두 버리고 세상을 떠났다.
졸지에 아내를 잃은 할아버지는 쓸쓸함과 외로움에 끈 없는 두레박 신세가 되어 식사까지도 어렵고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곤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공원에 놀러 가면 맛있는 점심을 싸오는 친구들 덕분에 외로움을 달래고 저녁엔 홀로 쓸쓸히 세월을 보낸다.
어느 날 며느리는 “오늘 볼일이 있어서 나가봐야해요, 아이들하고 집 좀 봐주세요.”라고 말하며 나가버린다.
그렇게 또 손자와 집을 보며 하루를 보내고 오후가 돼서야 며느리가 돌아왔다. 차에서 많은 짐들을 내리고 있었다. 물건들을 보니 자갈치 시장에라도 다녀온 것 같다. 생선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내심 생선을 기대하며 저녁상을 기다렸는데 저녁상에는 생선이 올라오지 않았다. 전과 그대로였다. 나는 바빠서 못했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또 그럭저럭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왔는데 며느리는 또 손자를 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며느리는 나갔고, 나는 부엌에서 먹을 것을 찾던 중에 생선 찌꺼기를 발견했다. 나는 의아했다.
오후에 며느리가 오고 또 생선 꾸러미 같은 것을 차에서 내렸다. 나는 점점 서운함을 느꼈다. 늙으면 먹을 것도 못 얻어먹고, 스스로 찾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복덕방을 찾아가 약속을 잡았다. 복덕방 주인은 내가 집에 없으니 집사람을 데려와서 집을 둘러보라고 했다. 안주인이 나오거든 할아버지가 집을 팔아달라고 해서 집을 보러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상의도 없이 파느냐며 놀란 기색이다.
며느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통했다. 그러니 참 이상한 일이다. 아들 하나 잘 길러서 애지중지한 자기 아버지에겐 아들한테 말 한마디 없이 집을 판다니... 이것은 무슨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만 믿고 어머니 없는 세상에 참 되게 길러준 아버지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들은 아버지 방에 들어가 아버지의 사연을 알고 본 결과 아버지는 “너의 어머니가 죽고 오늘까지 살아왔는데 돈도 다 쓰고 친구들 신세만 지고 사느니 너희들한테 신세 안 지고 집도 장만하고 직장도 든든하니 마음 놓고 빚 진 것은 다 갚고, 먹고 싶은 굴비나 사 먹으면서 그렇게 살다 가려고 집을 내논거다.”고 말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아내에게만 맡기고, 불효함을 알게 되어 용서를 빌고 아내 방에 들어가서 이혼을 청했다. 오늘까지 부모님 덕분에 잘 살고 있음에도 아버지한테 너무 소홀히 했던 것이 둘 내외 사이에 확실히 들어났다. 부모님은 한번 가면 못 오지만 처자식을 만나면 되지 싶은 마음으로 이혼을 청했으나 아내도 시아버님께 용서를 빌며 오늘까지 불효함을 용서해 달라며 빌고 또 빌어 앞으로는 식사도 제대로 모시고 용도도 드리며 친구들과 재밌게 어울리시라고 도와드릴 것을 약속하며 용서를 빌었다.
할아버지는 지혜롭게 대처하여 자기 행복을 되찾고 아들의 가정에도 평화를 가져왔으며 한때 서글픈 삶을 회복시키고 잘 살다 죽었다는 예화가 있다.
누구든지 늙어지면 자기 먹을 것을 자식에게 이전하지 말고 먹고 살다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 지혜로운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이흥섭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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