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의 일기
상태바
새해 첫 날의 일기
  • 김정범 실버기자
  • 승인 2010.01.07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 되었다. 새해 아침 산에 올라 내북 면민이 함께하는 해맞이를 하면서 모든 사람의 소망이 그러하듯이 나도 가족들의 건강을 비롯하여 한 해 동안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 하였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덕담을 나누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 축복 해 주기도 하였다. 저마다 밝혀든 촛불에는 한 해의 염원이 담겼고 동녘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희망이 가득 차 있다. 추위가 매서운 아침 이었으나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얼굴들이다. 해가 떠오르자 환호 소리가 터지고 어떤 이는 박수를 치고 어떤 이들은 부둥켜안고 뛰기도 한다.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리고 목청껏 소리도 질러 본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청주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부인과 함께 해맞이를 하기 위해 산에 오르다가 갑자기 뇌졸중을 일으켜 사망 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뜻밖의 일이라서 한동안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늙으면 친구의 죽음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데 그 친구 역시 나와 똑같이 해맞이를 하면서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려고 하였겠지만 오히려 자신의 죽음은 물론 가족에게 큰 불행을 준 결과가 되었으니 인생이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그리고 아침 안개와 같다는 말이 실감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는 아픈 날들도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언제부터 그 아픔이 시작 되었을까? 판도라 상자라는 이야기를 빌리면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전 해 지는 상자를 무엇이 들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열었을 때 그 상자에서 시기, 질투, 미움, 욕심, 질병 같은 온갖 불행들이 쏟아져 나와 그 것들이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상자가 언제 내가 열었는지 알 수는 없어도 이제는 하나하나 다시 담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뒤 돌아 본다.
언제 내게 70여년이란 세월이 있었던가? 그 세월 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나? 하니 후회가 앞선다. 내게 있는 것이 나이 먹은 것 밖에 없다면 그리고 또 나 밖에 모르고 살아 왔다면 분명 잘못 살아온 것이다. 강물은 바다로 가기 위해 쉬지 않고 흐르지만 내게 왔던 세월은 흘러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그 흔적들을 어디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주름진 얼굴이 그 흔적이며 이제는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 혹은 어르신으로 불려지는 호칭이 그 흔적을 대신하여 주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중년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 세월의 흔적일까? 지난 세월 속에서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고 싶다. 열심히 살아 왔다고, 다른 이의 마음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 왔노라고 나를 위로 해 보기도 하지만 자랑 할 것도 없으니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다. 세월이 나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하지만 내가 내게 왔던 시간들을 속이고 그 시간들이 슬퍼하며 내 곁을 지나가 버리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까지 나를 건강하게 지켜준 지난날들이기에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흰머리가 되도록 그 많은 어려운 날들을 함께 해 준 아내와 그 모습 속에 감추어진 세월에도 감사 하고 싶다. 또 속 썩이지 않고 잘 성장하여 이제는 제 앞 감당하며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고마워하며 가장 큰 보람과 자랑으로 여기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만 더 욕심을 가져 보아야겠다 이것은 꿈도 아니고 이상도 아니다. 다만 모든 이들이 그러 하듯이 나도 이웃과 내주변의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판도라 상자 맨 나중에 남아 있었던 것이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많은 어려움과 불행을 겪으면서도 그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희망은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고 생명이다. 희망이 없으면 기쁨도 즐거움도 삶의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려워도 내일은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나 요행이 아닌 의지와 용기로 그 희망을 이루어가는 그리고 또 그 희망으로 새로운 희망을 추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생애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 중에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 아름다운 날이 내 생애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운 날을 기다리는 희망은 결코 잃지 말아야겠다.
/김정범 실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