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종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
상태바
“2종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11.26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큰 딸 윤미는 집안의 재롱둥이다. 둘째 윤호는 아직도 응석받이다. 그러나 재남, 미정씨 부부에게는 이들이 있어 늘 행복을 꿈꾸며 산다.
이재남(42)씨의 부인 박미정(31)씨는 요즘 한 가지 인생의 목표에 푹 빠졌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미정 씨에게는 한국의 삶에 있어 큰 도전이 되는 셈이다. 그에게 있어 목표 달성만하면 시쳇말로 ‘인생의 비전’이 달라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최선을 다해 그 일에 몰두하고 있는 미정 씨다.
그것은 다름 아닌 27일에 2종 자동차면허 필기시험에 첫 도전하는 것이다. 시험에 응시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만해도 자신감이 철철 넘쳤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다. 한글을 배워 쓰고 읽을 수는 있지만 어휘력이 늘 부족한 그다. 그리고 한국 교통문화와 접한 경험이 부족해 현지인들처럼 자연스럽게 ‘먹고 들어가는’ 프리미엄도 없다.
다행히 보은경찰서에서 다문화 이주여성들을 위한 특별강의를 해주고 있다. 출제예상문제를 콕콕 집어내는 족집게 강의라고 한다. 그에게 이런 명 강의는 절호의 기회로 무조건 빠지면 손해라는 생각 뿐 이다. 그래서 딸 윤미(6), 아들 윤호(4)에게는 미안하지만 지난 일요일에도 강의듣기에 나섰다. 물론 이런 모든 일이 하늘같은(?) 남편 재남 씨의 뒷받침이 있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 베트남 여성 ‘응오 뉴후인’이 한국인 ‘박미정’으로 재탄생

미정 씨의 본래 이름은 ‘응오 뉴후인(Ngo Nhuhuynh)’으로 베트남에서 왔다. 지난 2003년 9월 한국에 왔으니 벌써 6년이 넘었다. 2007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한 그는 ‘박미정’으로 개명하여 한국의 주민등록증을 2008년 정식 발급받았다. 보은(報恩) 박 씨의 시조가 된 것이다.
내북면 창리가 고향인 재남 씨는 형제 중 막내다. 오랜 객지생활 끝에 혼기를 놓친 그는 아버지 이주환(83) 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귀향을 결심했다. 이종사촌이 베트남 신부와 결혼생활이 무난한 것을 보고 재남 씨도 국제결혼을 하기로 맘먹었다.
재남 씨는 “아내의 미모보다는 25세로 나이가 알맞고 무엇보다 농촌지역 출신이어서 순수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맞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막상 한국의 농촌마을에서 시작된 재남, 미정 부부의 신혼생활은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연중 섭씨 30~4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지방에서 살아 온 미정 씨에게 한국의 첫 겨울은 견딜 수 없을 만치 너무 추웠다. 더구나 그 해 2003년은 유독 눈도 많았고, 날씨도 유별나게 추웠다.
더구나 입이 밭아서인지 음식도 전혀 맞지 않았다. 당시에는 심정을 하소연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베트남 친구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때다.

# 결혼초기 언어소통, 음식 등 모든 주변 환경이 문제점으로 부각

언어소통 조차 원만하지 않은 때였으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 크고 작은 오해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재남 씨가 출근을 하고나면 미정 씨는 마음을 둘 곳이 없었다. 부모와 아내의 중간역할을 담당했던 재남 씨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결국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보은읍 삼산리로 분가했다.
미정 씨의 고향은 베트남 남부지방 박리에우(Bac Lieu)다. 바다를 끼고 있으며 메콩 강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지만 메콩델타 지역으로 분류된다. 호치민에서는 9시간, 메콩델타에서 가장 큰 도시인 껀터에서는 4시간 거리인 약 100km 남쪽에 위치한다. 쌀농사와 수산업, 음식 가공, 의류제조업이 주요 산업이다.
인구는 약 80만 명으로 주류인 낀족외에 크메르족(캄보디아계), 호아족(중국계 화교), 참족(말레이계로서 대부분 이슬람 수니파의 무슬림) 이 소수민족으로 공존한다.
미정 씨의 친정부모 응오 땅탄(59), 응아짱틴아(56) 씨는 쌀농사를 한다. 오빠는 옷 장사를 하고 언니와 남동생은 직장생활을 한다.
미정 씨가 운전면허 취득을 목표로 정한 이유가 이것이다. 오빠의 장사 솜씨 못지않게 스스로도 장사수완이 있다고 믿는 그다. 또 성격적으로도 장사가 자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정씨는 소규모로 베트남 식품류 등을 집에서 판매하고 있다.

# 베트남 식품류를 가져다 한국서 파는 소규모 장사로 수완 발휘

대인관계가 원만해 친구들도 꽤 많다. 자신의 단골고객이 벌써 25명 정도가 된다. 그래서 운전면허를 따면 남편 재남 씨의 차를 직접 운전하며 장사를 할 계획이다. 재남 씨를 출퇴근 시키고 나머지 시간은 영업활동을 할 것이다. 경기도 안산시 등에 있는 베트남 수입상과 직접 거래하여 좋은 물건을 보다 싸게 실어올 수 도 있을 것이다. 또는 도매시장에서 여성, 아동의류 등을 구입해 소매를 할 수 도 있다. 물류 운송비를 절약해 그만큼 이익을 더 챙길 수도 있다.
그리고 더 큰 목표는 베트남 오빠와 소규모 무역을 하는 것이다. 보따리무역처럼 조금씩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한약재나 원료 등을 가져오고, 한국의 아동복이나 여성관련 제품 등을 베트남에 가서 팔면 된다는 게 그의 미래상이다.
이런 모든 활동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운전면허증이다. 남편 재남씨도 이에 적극 후원하고 있다. “화장을 한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윤미와 윤호도 또 하나의 응원부대다.
그래서 미정 씨는 이주 귀화여성으로서 자동차 운전면허 필기시험 첫 번째 도전에 합격을 따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고 싶다. 단박에 합격을 따내 맘껏 으스대고 싶은 바람인 것이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