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수, 도안 티 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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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수, 도안 티 화 부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10.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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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불구하고 강행한 국제결혼, 결국 잘 한 선택 됐다 ”


▲ 재수 씨는 큰 아들 재춘, 화 씨는 재동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각각 자신을 더 많이 닮았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이다.
마음고생을 참 많이도 겪어야 했던 결혼이었다. 특히 할아버지는 ‘국제결혼을 하면 가족인연을 끊겠다.’는 식으로 완강하게 반대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강경하니 아버지 도안 히엪(53)씨도 썩 내켜하지 않는 결혼이 되고 말았다. 새 엄마 우엔 티 톰(53)씨는 찬반입장을 개진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심정적 지원을 해줬다. 화 씨의 장래에 대한 가족의 이 같은 애틋함은 아마도 화 씨가 4살, 여동생은 2살, 남동생이 6개월 때 생모가 작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집안분위기 속에서 당사자 도안 티 화(27)씨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 결정해야 했다. 맞선을 본 한국인 임재수(41)씨와 국제결혼을 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1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사람은 자타에 의해 늘 순간적 결정을 강요당하며 산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인생여정이 바뀐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처럼….
화 씨는 가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수 씨와 국제결혼 할 것을 결심했다. 끝내 할아버지는 재수, 화 씨의 결혼식에 불참하고 말았다. 지난 2006년 6월 베트남 하이퐁에서의 일이었다.

# 국제결혼 반대한 할아버지, 지금은 손녀사위로 인정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먼 이국에서 아들 재춘(3), 재동(8개월)이를 낳고 꿋꿋하게 열심히 산다고 하니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두 사람 모두 이제는 한국인 재수 씨를 사위로 인정한다.
화 씨 친정은 베트남의 하노이, 호치민에 이은 세 번째이자 북부지역 항구도시인 하이퐁에서 연탄가게를 운영하며, 과수농사를 짓는다. 더운 나라에 ‘웬 연탄?’ 이라고 하겠지만 난방용 보다는 요리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화 씨는 고교 졸업 후 구두제조 회사에 3년간 다니며 ‘한류 바람’에 빠져 들었다. 김희선, 양동근 씨의 적극 팬이 됐다. 그리고 드라마 ‘첫사랑’, ‘겨울연가’ ‘가을동화’를 보며 한국인은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그 이유로 다정다감한 재수 씨와 결혼하게 됐다.
지금까지 재수 씨는 부인 화 씨로 인해 감동을 받은 적이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결혼인터뷰 때문에 두 번째 하이퐁을 방문했을 때였다. 2006년 7월이었는데 얼마나 무덥던지 허리춤에 땀띠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아내가 넥타이와 핀 그리고 ‘사랑하는 오빠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또박또박 한글로 쓴 메모와 함께 포장한 선물을 주는 것 아닌가. “난생 처음 생일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했으니 당시에 받았을 그 감동이 상상이 된다.

# 뜻밖의 생일선물과 예상치 못한 된장찌개 두 번의 감동
두 번째는 한국에서의 신혼생활 때다. 13년 째 보은경찰서 보일러 기사로 재직하고 있는 재수 씨는 이 날 퇴근 때도 새색시 얼굴 보는 맛(?)으로 별 생각 없이 집안에 들어섰다. 그런데 코끝을 맴도는 웬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것 아닌가. 아내 화 씨가 베트남에서부터 메모해 온 한국요리책을 보며 오직 남편 재수 씨만을 위해 한국의 맛,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날 밤 재수 씨 눈에 색시가 얼마나 예뻐 보였을지는 말 안 해도 알 것 같다.
그런데 그 뒤로는 화 씨가 한국 입맛에 더 빠져버렸다. 외국인이면 대부분 코를 감싸 쥐는 된장냄새, 그 맛에서 헤어 날 줄을 몰랐다. 특히 올갱이 된장국 사랑(?)은 못 말릴 정도다. 오죽 좋아했으면 첫 아이 임신 6개월 때 밤 12시가 넘도록 용암천 찬물에 발을 담그고 올갱이를 잡았을까 싶다. 끝판에는 시아버지 임헌식(78)씨로 부터 큰 불호령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화 씨는 그런 시아버지와 시집오기 전부터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시어머니를 사랑한다. 자신을 한 식구로 여기고 아끼니까 그렇게 야단도 치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초에 떨어져 사는 시부모들에게 틈만 나면 전화한다. 전화해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 시어머니가 무척 반가워한다. 또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처럼 시아버지와는 잘 통하는 사이다. 맛있는 요리를 하면 싸들고 시부모에게 가져가고 또 시아버지는 손수 담근 김치 등을 직접 가져 오기도 한다.

# 다문화가정 5가구, 친목모임인 ‘다사랑’ 결성해
이들의 일화는 또 있다. 남편 재수 씨가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하거나 불만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시아버지에게 곧이곧대로 얘기한다. 그러면 단박에 문제가 해결된다. 남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바로 시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재수 씨 가족은 중국인과 결혼한 박원석, 이종만, 김송기 씨 3가정과 베트남 신부를 맞이한 이재남 씨 등 다문화가정 5가구로 친목모임 ‘다사랑’을 결성했다. 서로 돕고 의지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같이 풀어나가기 위한 모임이다. 음식을 만들어 조촐한 파티도 하며 세상사는 얘기는 물론 다문화정책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눈다.
재수, 화 부부가 이렇듯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삼산 5구 보은재래시장 인근에는 이들 가정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바로 ‘해문꽃집’ 조명자(49)씨다. 남자 아이 둘을 기르느라 어쩔 줄을 몰라 하던 화 씨에게서 재춘 이를 ‘제 자식 기르듯’ 챙겨주었다. 우스갯소리로 ‘임재춘이 아니라 조재춘’이라고 할 정도였다. 한국음식 요리법 대부분도 화 씨에게 전수됐다.
어찌됐든 재수, 화 부부는 내년 가을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그 계획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성원해 본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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