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골 메밀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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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산골 메밀꽃 축제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09.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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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3일에 걸쳐, 속리산면 구병리에서 펼쳐졌던 제6회 구병골 메밀축제에 일요일날(마지막날) 지인과 함께 갔었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가야하고, 산으로 둘린 넓은 삼가저수지의 푸른 물을 볼 수 있으며 깊은 산골짜기에 정겨운 마을이 숨겨져 있고 하얀 메밀꽃까지 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설레게 하고 들뜨게 했다.
20여 년 전, 구병리를 처음 갔을 때, 아주 소중한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구병산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하늘아래 첫 동네로 보였고, 어느 집을 들어갔는데 커다랗고 넓은 바위가 울안에 있었고 그 위에 삶은 산나물을 말리고 있었다. 마을 중간에는 바위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곳에 물이 흐르는 내가 있었다. 그 순박한 풍경이 있는 그 곳을 몇 번에 걸쳐 가게 되었는데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구병리를 가는 길, 차창을 스치는 산과 들에서 가을이 물씬 풍겼고 과실과 갖가지 곡식들이 익어가는 것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추나무였다. 잘 관리된 나무에 대추가 조잘조잘 열려 있어 풍성함 자체의 넉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대추나무는 우리지역에 최근 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나 옛 명성을 찾아 보은의 상징성과 농업인의 고소득 작목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삼가저수지를 지나 삼가초등학교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이동하여 구병리에 도착했다. 하얀 메밀꽃과 노송이 먼저 달려와 우리를 반겼다. 장승배기부터 걷기 시작하여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는 윗멍어목이로 가니 행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꽃차와 메밀차, 송로주 등의 시음회가 있었고, 메밀베개만들기, 사진 티셔츠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있는 길을 지나 숨어있는 보배라고 이름 지어진 ‘은보골’로 메밀꽃을 보기 위해 걸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제멋대로 생긴 밭에 올망졸망 심겨져 있는 하얀 메밀꽃이 화들짝 웃고 있었다. 메밀밭 중간 중간에 커다란 바위도 있어 산과 꽃이 잘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었다.
메밀꽃 길에는 맷돌이나 지게 등 옛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물건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었고, 바위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는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 있었고 감자굽기 체험도 재미있게 보였다.
메밀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기도 했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골짜기도 만났고 큰노송과 바위의 조화로움이 있는 서낭당도 만났다. 바위로 단까지 마련되어 있었는데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차려놓고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제를 올리는 경건한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메밀꽃을 보는 재미와 함께 길 양옆에 피어 있는 가을 야생화도 마음을 기쁘게 했다. 어린시절 돼지풀이라고 했던 흰색과 연분홍빛으로 피어있는 고마리나 자주색 빛의 물봉선은 메밀꽃처럼 무리지어 있어 자생이 아닌 재배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외에 쑥부쟁이, 구절초, 참취, 큰 씀바귀, 달맞이꽃 등 여러꽃들이 가을향기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꽃길을 계속 걸으면서 조립식집도 만났고 산 밑에 폐가인 듯한 몇 채의 함석집도 만났고 새롭게 지은 집도 만났는데, 사실 이곳에는 예전에 20여 가구가 있었다고 했다. 마을이름은 산 밑에서 쳐져 떨어져 있었다는 느진목이와 산 밑에 바짝 붙어있어 된목이라고도 부르는 돌이 많다는 돌목이다. 이제 느진목이에 1가구 돌목에 3가구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음을 살찌우게 하는 은보골을 1시간에 가까이 걸은 뒤, 점심을 먹었다. 밥과 토속적인 반찬과 노란콩고물을 묻힌 인절미, 메밀묵과 도토리묵 그리고 묵은지를 송송 썰어 얹은 메밀국수에 막걸리 한 컵까지 인정이 넘치는 건강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내 친구는 오후 3시가 넘어서 왔는데 메밀국수를 4그릇이나 먹으며 연신 맛있다는 말을 했다.
구병골 메밀꽃축제는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아주 넓게 펼쳐진 평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깊은 산골짜기의 정취 속에 돌과 바위 그리고 많은 들꽃들이 메밀꽃과 아주 잘 조화를 이루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었다. 평이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흔적이 넘치고 그 곳을 보면서 마음의 때를 씻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제공해 준 것 같다.
구병골 메밀꽃축제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느라 행사를 하기 전부터 행사하는 날까지 마을민의 많은 수고로움이 보였고 이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관계 공무원들을 바라보며 보은의 미래는 밝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들의 노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었고 농촌의 정을 흠뻑 느끼고 갔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슬금슬금 어둠이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들 무렵, 우리는 그 곳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 눈을 감으니 하얀 메밀꽃이 하늘거리며 웃었고, 가슴속에는 한 아름의 메밀꽃 향기와 신비로움이 가득 넘쳤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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