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6월7일부터 자연공원법 시행령·규칙 개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대청봉에서 벌이고 있다. 시위는 14일까지 8일 동안 펼친다. 전화 통화를 한 6월11일 그는 “대청봉에 초속 16m 가까운 거센 바람이 불어, 걸어서 25분 거리인 중청 대피소에 잠시 내려왔다”고 했다. 바람이 무서울 뿐, 한참 떨어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바다와 같은 전·의경 때문에 집회·시위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청봉은 공권력의 탄압이 없어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평소 설악산을 ‘어머니 설악산’이라고 부르는 박 대표는 어버이날인 지난 5월8일 오체투지로 대청봉까지 오르기도 했다. “설악산 어머니가 문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었어요. 올라오면서 엎드려 (등산객들이 낸 설악산의) 상처에 이마를 댈 때마다 내가 더 위로를 받았습니다. 늘 베풀기만 하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절절하게 와닿더군요.”
그가 처음 설악산을 찾은 1970년대 초만 해도 대청봉은 풀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갈수록 등산객이 늘고, 정상을 밟는 등산화 수가 늘면서, 이제는 대청봉이 대머리가 됐다. 울타리 바깥에는 풀들이 자라지만 그 안쪽은 오로지 바위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도 박 대표는 주말이면 대청봉에 올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지루한 싸움이 언제 끝날 것인가 기대하기 보다는 박 대표의 설악산에 대한 애절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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