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18)
-우승환, 람티 레투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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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18)
-우승환, 람티 레투이 부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09.1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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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머니 젖만지는 딸 같은 며느리 어디에 또 있나요?” ##
-우승환, 람티 레투이 부부
▲ ‘가족 덕에 고추농사가 풍년이여...’ (왼쪽부터)시어머니, 레투이씨, 시아버지, 남편 승환씨
집 마당 한 편에 빨간 고추가 널려있다. 하늘엔 고추잠자리가 난다. 온 세상이 결실의 색깔로 변하고 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농부들의 막바지 손길이 분주하다.
보은읍 노티 우자동(64) 이장 댁도 지금 막 밭에서 돌아와 뒷정리를 하고 있다. 고추밭 3,305㎡(1천 평), 사과밭 1만3,223㎡(4천 평)을 부인 박수자(61)씨와 맏아들 승환(34), 며느리 람티 레투이(남주희, 23)씨 내외와 함께 경작하고 있다. 미혼인 둘째아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외지에서 따로 생활한다.
“아들만 둘을 두었어요. 딸이 없어 섭섭하던 차에 딸 노릇하는 큰 며느리가 들어온 거죠. 그런
▲ ‘나 어때요!’ 남경이가 유아원에 가 있을 시간에 가족사진 촬영이 있었다.레투이씨가 딸 사진을 꼭 게재해 달라고 부탁했다.
데 얼마나 재치가 뛰어난지 아무도 못 말려요. 글쎄 시어머니 젖만지는 며느리라니까요. 며느리를 친구처럼, 딸처럼, 아이하나 더 키우는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요” 라고 말하는 시어머니 박 씨의 얼굴엔 ‘정말 며느리가 예뻐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더구나 레투이씨는 딸 귀한 시댁에 동네사람들이 입을 모아 시어머니를 ‘쏙 빼닮았다’는 손녀딸 남경(사진·3)양까지 출산했으니 시어머니의 사랑이 오죽하겠는가.

# 때론 친구처럼, 모녀처럼, 다정다감한 고부지간
사과 껍질을 벗기는 시어머니에게 며느리 레투이씨가 다가와 “엄마, 내가 깎을게요”하고 스스럼없이 과도를 낚아챈다. 고부간 갈등은커녕 어려움조차 전혀 없어 보인다. “재는 시아버지한테도 ‘아빠’라고 불러요. 뿐만 아니라 예의도 반듯하고, 자신의 할 도리는 분명히 알아서 하죠. 새벽에 과수원에 나가있으면 어느새 따라와 일을 돕고 있어요. 그러니 예뻐 할 수밖에 없죠” 가만 놔두면 며느리 칭찬이 끝이 없을 것 같다.
레투이씨의 고향은 베트남 하우장성(省)이다. 메콩델타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열대성 기후로서 연중 우기와 건기로만 구별된다. 티베트의 설산에서부터 발원되어 세계 9번째, 동남아시아 첫 번째로 긴 메콩강이 여정을 끝마무리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샛강과 수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바다를 끼고 있어 농수산업이 왕성한 지방이다. 호치민에서 자동차로 5시간 정도 간다.
친정에는 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람 호앙(49), 어머니 토티 루아(52)씨와 결혼 한 언니 둘, 학교에 다니는 남녀 동생 각 1명이 있다.
“엄마, 한국 속담에 ‘셋째 딸은 얼굴을 보지도 않고 데려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바로 셋째 딸이에요” 레투이 씨는 자신의 가치(?)를 연신 강조한다. 시어머니도 맞장구치며 머리를 끄덕인다.

# 얼굴 볼 필요 없이 데려온다는 ‘내가 바로 셋째 딸‘
레투이씨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2006년 3월 24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이들은 가족으로 만났다. 물론 그 전에 많은 사람들과 맞선을 봤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예비 시어머니와 남편은 예비신부 레투이씨와 마음이 닿았다. 모래알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들은 서로 인연을 알아본 것이다.
“레투이를 오라했더니 내 허리를 꼭 끌어안는 거예요. 딸이 엄마를 안는 것 처럼요” 시어머니는 또 레투이씨의 행동거지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으로 이해됐다. 음료수가 제공됐는데 예비 시어머니, 남편에게 먼저 따라주고 나서야 자신이 마시더라는 것이다. 그 믿음은 지금껏 이어진다. 레투이씨는 노티리에서 예의바르고, 어른공경 잘하는 단양 우 씨 집안 맏며느리로 알려져 있다.
레투이씨는 애교스런 성품만큼이나 농사일도 참 잘한다. 고추 따는 일은 국가대표 선수 버금갈 정도라고 한다. 베트남의 사탕수수 농사일에 비하면 여기 농사일은 일도 아니라고 한다.
부득불 밝히자면 레투이씨의 남편 승환 씨는 다소의 지체장애가 있다. 그런 남편을 대신해 더 많이 일을 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남편이 밭에서 일을 하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승환씨도 안다. “아내가 너무 예쁩니다”고 옆에 앉아있던 승환 씨가 멋쩍게 한마디 했다.

# 가정에 웃음꽃 피게 하는 ‘내 아내 너무 예뻐요’
며느리에 대한 아들의 대변인 노릇을 담당하고 있는 시아버지는 오른 팔이 없다. 오래전 19세 때 정미소 사고로 인해서다. 레투이씨는 그런 시아버지의 오른팔 역할이 되고 싶다. 그래서 어디에 있던 집안 농사일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경이 출산 기념으로 친정을 한 달간 방문했던 2007년 12월에도 거의 매일같이 남편과 시부모를 챙기는 안부전화를 해왔다.
“하는 일이 참 많아요. 청소, 빨래, 식사준비, 한국어 공부, 남경이 뒷바라지, 간식 만들고, 과수원 일하고 고추 따고 다듬고…….” 이렇듯 일이 많은데도 레투이씨는 늘 웃는다. 생김은 고모를 닮고 성격은 친정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고 했다.
이렇게 열심히, 재미나게 사는 레투이씨 가정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한국 귀화신청이 허가되어 6개월 이내, 베트남 국적을 포기하면 정식 한국인이 되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결혼을 중개했던 중매회사가 비용을 횡령하기 위해 베트남 당국에 국제 혼인신고를 생략했다. 그리고 서류를 위조, 한국에만 혼인신고를 하여 비자를 받게 한 것이다. 최근 이러한 불법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중개회사 대표는 구속되었으나 당시 이 회사를 통해 결혼했던 레투이씨 부부 등 수십 쌍의 다문화가정은 불이익을 당하게 된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한국주재 베트남 대사관도 일의 심각성을 인식, 일정액의 비용을 자부담하는 조건으로 베트남 내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혼인신고문제를 해결토록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남편과 같이 베트남에서 한 달여를 생활하여야 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렇지만 해내고야 말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들의 행복에 딴죽을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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