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산림욕발상지’ 라는 이끼 낀 비석이 우리를 반긴다. 산림욕이라는 말이 나온 1982년 최초로 열린 전국산림욕대회를 기념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남기고 싶은 일본자연백선’ ‘남기고 싶은 일본 향기풍경백선’ 등에 선정된 자부심이 녹아있는 비석이다.
실제로 숲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편백의 향기가 코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시각과 더불어 후각이 자동으로 열린 것이다. 이곳의 편백 향은 보통 인공림의 편백 향과는 조금 다르다. 독특한 강함과 약간의 달콤함이 공존하는 향기이다. 숲의 향기를 뒤집어쓴다는 ‘산림욕’이란 단어가 실감난다. 또한 ‘향기풍경백선’이란 낯선 단어도 기가 막힌 단어조합임이 느껴진다.
향산(向山)코스를 선택했다.
유명한 ‘이웃집 도토로’ 란 만화에 나오는 도토로의 집이 연상되는 편백의 뿌리모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아게마치산업관광과 공무원인 네이다이스케씨의 추천 때문이다.
2킬로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다른 코스보다 많은 때문인지 산책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나무칩이 깔린 길을 잠시 걸어 올라가자, 곧 거대한 편백의 뿌리가 땅위에 노출된 채 엉켜져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뱀들이 엉켜져 서로 다투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달리는 뿌리’라고 한다. 편백의 뿌리는 비교적 토양의 표면가까이에서 뻗기 때문에 땅위로 쉽게 드러나 생긴 숲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 위를 많은 사람들이 걸으면 뿌리에 상처가 나고 나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코스는 나무칩을 깔아 보호하지만 향산코스는 편백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달리는 뿌리’의 형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뿌리를 밟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어야 했지만 숲이 만들어낸 걸작품에 시각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비 온 뒤의 상쾌함과 편백향에 취한 숲속여행, “삼림욕의 효과가 한 달간 지속되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은 반드시 숲을 찾아야 한다”는 네이씨의 말을 가슴에 새긴다.
/주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