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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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체험기’
  • 주영신 기자
  • 승인 2009.07.3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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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감을 열었더니 나무가 말을 건다.
오전 9시 베테랑 메디칼트레이너인 고우리키씨의 안내를 받았다. 그는 정확한 취재목적과 건강상태를 묻고는 반나절 코스를 선택해 준다.
‘치유의 숲’은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 도착하자 그는 미리 준비한 우산을 건 내며 “몸에 있는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의 5감을 모두 열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래야만 몸이 숲과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취재를 생각지 말고 단순히 숲만을 느끼기를 바랬다.
고원의 숲은 여름 스키장의 적막함과 속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의 웅장함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우리를 맞는다. 안개 속에서 오락가락 흩뿌리는 비는 숲속의 청량감을 더해준다. 그다지 험해 보이지 않는 숲에는 자작나무와 낙엽송들로 가득했다. 비에 젖은 꽃들나 나무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모든 감각을 열어 그냥 느껴보자”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2~3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폭에 완만한 경사를 느낄 수 있었다. 바닥은 압축된 나무칩이 깔려 있어 발에 부담이 없고 푹신한 느낌에 발걸음이 가볍다. 솦 속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쇠종이 눈에 들어왔다. 힘껏 줄을 당기자 우렁찬 종소리가 메아리친다. 주변의 곰과 같은 야생동물에게 인간의 입장을 알리는 신호라 했다. 곧이어 종소리는 내 몸속에서도 울린다. 들고 있던 우산이 귀찮아지며 신고 있던 운동화가 무거워진다. 서서히 나체가 되어 숲을 걷고 있는 상상을 한다. 30분쯤 흘렸을까, 본격적인 솦 속으로 여행이 시작되면서 평상시 인식하지 못했던 소리가 하나, 둘씩 들리기 시작한다. 바람소리, 새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제 각각으로 들렸다가 다시 합창을 한다. 숲속의 다채로운 냄새들이 코를 자극한다. 가지가지의 꽃 냄새, 비릿한 빗방울 냄새 등등, 잠시 멈추는 곳마다 다른 냄새가 난다. 걸으면서 계속 손으로 나뭇잎을 만지고, 작은 열매를 따본다. 나무줄기 껍질을 팔둑으로 문질려 본다. 발바닥의 감촉에도 집중해 본다. 메디컬트레이너는 계속해서 5감을 통해 자연그대로를 느낄 것을 강조한다. 온몸의 감각들이 숲속의 모든 것들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호수가 쉼터, 10여분 간 명상 을 한 후 메디칼 트레이너는 복식호흡을 알려 준다.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뻗고 두 다리를 벌려 땅에 의지한 채 태양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는다. 코와 입은 숲속의 공기를 가득 빨아 넣는다. 몇 번을 반복하자 온몸의 자율신경의 세포 하나하나가 꿈틀대는 듯한 느낌이 온다. 아니 그렇게 생각되어졌다. 또 한참을 조용히 걸었다. 작은 폭포와 마주친다. 폭포라기보다는 경사가 있는 시냇가 정도였지만 물 떨어지는 소리가 거칠다는 느낌이다. 잠시 귀를 기울이자 소리는 이내 편안한 느낌으로 변한다. 한겨울 한 이불 속에서 형제들이 왁짜지껄하는 정겨움이 담겨져 있다. 폭포도 분명 숲 속 교향단의 일원인 것이다.

▲ 시나노마치 '치유의 숲'의 베테랑 메디컬 트레이너인 고우리키씨가 단전에 힘을 모으는 복식호흡을 설명하고 있다.
숲이 인간의 카운슬러이다.
다시 시냇가의 쉼터, 메디칼 트레이너는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으라 했고, 그 나무와 이야기하라 했다. 잠시 멍한 상태가 지나고,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나무에게 주절이 이야기 한다. 20~30분이 지났을 까, 머릿속에서 엉킨 실타래의 끝이 얼핏 보이는 듯했다. 그 끝을 잡자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린다는 느낌이다. 나무가 나의 개인 카운슬러가 된 것이다.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에 몸도 가쁜하다. 순간, 숲속에서 날카로운 이성이 아닌 풍만한 감성에 마음의 상처나 고민을 맡기는 것이 치유의 해법임을 깨달았다.
/주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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