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속리산 법주사와 그 일대를 찾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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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속리산 법주사와 그 일대를 찾아(3)
  • 보은신문
  • 승인 2008.11.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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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1시 지나 버스를 타고 조금 가서 내려서 법주사까지 걸어서 간다. 매표소에서 10여분 남짓 걸어가는데 300년 이상 되는 고목들이 크게 자라 햇빛을 가릴 정도로 즐비하고 관광객들의 마음을 개운케 한다. 그 고목이 우거진 거리를 김두구 노인과 이야기를 나루며 걷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둘이서 이야기 하며 걸어가니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날아갈 듯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라 '羽化而登仙'(날아서 신선세계에 오름)이라는 시 구절이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10분 이상 둘이서 걸으니, 시간을 가는지 모르게 당도하였다. 김두구 노인은 나 보다 위인 70대 후반을 좀 지났지만 순수하고 인정미에 이끌려 동행한다.

더구나 경로당 노인 중 김두구 노인과 나만이 아내를 잃어 혼자 사니, 이심전심으로 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들과 이야기하며 가는 것이 보기 좋아 한문에 '좋을 호(好)'자와 같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들이 이야기 하며 걸어가는 것을 보니, 할머니들이 더 즐기는 모습이 역력하여, 공자(孔子)가 시경(詩經) 첫머리에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 (아리따운 아가씨 사나이와 짝짓기 좋아함)라는 시구를 소개한 것을 한번 읊조려 보게 된다.  물론 나 또한 할머니와 둘이서 거닐 수도 있지만 혼자 사는 신세에 남자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상 싶어 김두구 노인과 동행하는 것이다.

법주사의 시작을 알리는 일주문에는 1시가 20분경에 당도했다. 이 문은 두개의 기둥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관객들이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세속의 온갖 번뇌와 고통을 말끔히 씻어버린다고 하니, 우울증으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이곳에 오면 치유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세파에 시달리게 되면 108번뇌가 마음을 어지럽힐 것이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부처님 세계로 향해 나아간다면 외부에서 오는 온갖 번뇌를 물리칠 것이다. 일주문을 세운 것은 이런 뜻이 함유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는 경제 한파로 인해 살아가기 어려운 가운데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일회성의 생명을 끊는 이들로 인해 사회적 물의가 되고 있다. 우리사회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자가 세계이서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법주사 경내의 해우소(解憂所)도 있으니, 이곳을 찾아 마음의 평정을 위해 스님에게 도를 닦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문에는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이라 쓴 것이 눈에 띄어 40여 년 전에 다녀온 기억이 난다.

▶다음호에 계속

☞ 저자 윤경수씨는 지난호에 보도했던 출향인 백중영씨의 고향나들이에 동행했던 분이다. 보은출신은 아니지만 보은에 대한 인상이 깊다며 방문기를 보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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