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만 되면 남편 생각 더 절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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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만 되면 남편 생각 더 절절하죠
  • 송진선
  • 승인 200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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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미망인회 이인현 회장
전쟁중 총알이 옆구리를 통해 복부쪽으로 관통, 장이 파열되는 상처를 입어 고생만 하다가 끝내 사망한 김병하씨를가슴에 묻은 이인현 할머니(70, 보은 어암, 미망인회장). 호국 보훈의 달 6월에 만난 이 할머니는 “6월만 되면 돌아가실 때까지 전쟁의 상처로 고생한 남편생각이 더욱 절절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종손으로 홀어머니를 모시던 김병하씨가 20세, 이인현씨는 18세되던 해에 결혼, 남편은 뱃속에 첫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전쟁터에 나가 엄청난 부상을 입었다.

남편이 있다고 찾아간 병원에는 전상자들의 신음소리로 가득찼고 남편의 상처는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전상자는 계속 들어오고 치료할 인력은 부족해 치료 도중에도 환부가 썩어 절단해야 하는 등 1년여간의 치료 끝에 간신히 퇴원할 수 있었지만 팔다리가 있다 뿐인 몸이었다. 그래도 종손인 김병하씨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 결국 50살 되던 해인 지난 79년, 홀시어머니와 3남2녀의 자녀와 어려운 살림을 남겨놓고 숨을 거뒀다.

실질적인 가장이 된 이인현 할머니는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보따리 장사 등 안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살았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밤에 베개속을 적실지언정 남앞에서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이 할머니는 슬하의 3남2녀의 자식들이 대성, 일하면서 대학원까지 다니는 등 대견한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또 고생만 하다 간 아버지를 보고도 시력이 나빠 방위로 제대한 둘째 아들(카센터 운영)만 빼고 큰 아들(교사)은 ROTC 장교로, 막내 아들(국도유지 건설 사무소)은 육군 포병으로 제대를 하는 등 자랑스런 아들들은 그에게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지난 97년 군 미망인회 회장을 맡은 이인현 할머니는 “미망인 중에는 자부가 우유를 배달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가정이 있고 74세된 회원이 유방암에 걸린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아들 하나 있는데 그 아들마저 차 사고로 먼저 세상을 뜬 경우도 있는 등 불쌍한 사람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얘기는 다른 회원들의 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면서도 6월만 되면 더 절절해지는 남편 생각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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