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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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첫 선거
  • 보은신문
  • 승인 200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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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회북고석출신, 시조시인)
지난 13일 21세기의 첫 번째 선거를 통해서 2백 70여 명의 국회의원이 탄생됐다. 입신양명의 길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면 누구나 열심히 노를 젖어 도달하고 싶어하는 희망과 이상의 기착지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그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하여 이름을 후세에까지 떨치고 싶어하는 일은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공통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한 번 이루어진다 해도 “권세가 십년을 가지 못하듯이” 명예와 부를 영원토록 누리기란 불가능하다. 봉건 시대의 입신양명의 방법은 과거 시험에 합격하는 일이었다. 과거 시험에 합격만하면 벼슬을 받고 관직에 몸을 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입신양명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그 형식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다.

예컨대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사시나 행시, 그리고 외무고시 등에 합격하여 공직에 나가 높은 자리에 앉는다면 이것이 바로 입신양명의 길이다. 그래서 꿈 많은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은 엘리트 코스를 밟기 위하여 생사를 거는 것이다. 바늘구멍 만한 명문대학의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은 날밤을 새우기가 일수이고, 부모들은 천금의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봉건사회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양반이 아니면 과거를 볼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이런 사실은 실로 인간 차별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권 유린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런 제약이 없는 반면, 빈과 부라고 하는 장애물이 그 대신 가로 놓여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과거제도는 사·농·공·상의 차별적 발상이었다. 문과에는 소과라고 하는 것이 따로 있었다. 소과는 부정기 시험으로 양반 자제들에게 출세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일종의 특혜나 다름없었다.

이 소과는 조선조에만 해도 238회에 5만여 명의 합격자를 배출하였고, 문과는 802회에 1만 5천여 명의 합격자를 냈다고 한다. 소과 시험에 비해 문과 시험이 어려웠던지 소과 합격자는 거의가 20에서 25세 정도의 연령층이 대부분이었고, 문과는 평균 30세 정도로 높았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도 이와 비슷한 연령층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더러는 40내지 50세까지도 가끔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60세에 합격한 사실이 있다는 기록이 보이기도 한다. 이로 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입신양명의 욕망은 한결같다고 하겠다. 현대사회의 입신양명의 길은 사시나 행시 그리고 외무고시 등을 통하여 공직에 나가는 것보다도 투표라는 형식을 통해서 선출되는 단체장이나, 시·군의 의원, 그리고 도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이 중에 아무래도 최고봉은 한 나라의 행정수반을 맡고 있는 대통령이고, 그 다음이 국회의원일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전은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민국당 등의 네 당이 각기 서로 사활을 건 싸움을 펼쳤다. 그런데, 거기엔 정정당당한 싸움이어야 한다. 그동안 TV방송을 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다름 아닌 다른 당 헐뜯기와 깎아 내리기 작전이었다. 이 네당 중, 정당하게 정책으로 대결하려는 당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자기 당 자랑이요, 남의 당 비방이다. 이렇게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장차 이 나라 이민족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일까? 그저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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