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 규 (보은고등학교 교장)
지난 번에 필자는 한 해의 계획은 정월에 세우고, 한 달의 계획은 초하룻날 세우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운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각자의 생활습관이나 살아가는 방법, 가지고 있는 직업 또는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서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이 세상에는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새벽 여섯시 쯤 밖에 나가보면, 아직 어슴프레 하지만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들은 거의 절반을 돌리고 있고, 미화원 아저씨들은 한참 전부터 나와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그 뿐아니라 우유나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아주머니들의 오토바이 불빛도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빛이 나고 있다.
또한, 이 시간이면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숨결이 정겹게 들려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운동장에서는 공차는 소리가 힘차게 들리고, 태봉산과 남산의 정상에선 하늘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며, 체육관에서는 배구볼 튀기는 소리며, 배드민턴 셔틀콕의 경쾌하게 튕기는 소리가 정겹고, 탁구 라켓에서 쏘아지는 핑퐁공의 주황색이 빛을 발한다.
몇년 전부터 새벽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새벽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좋아서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우리 생활체육 탁구팀안에는 할아버지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아저씨, 아주머니도 있고, 처녀, 총각들도 함께 어울린다. 같이 운동을 하고, 함께 웃고 즐기니까 나이가 상관없다.
그저 새벽부터 공을 치면서 하하 호호, 게임을 하면서 하하 호호, 공이 잘 맞아서 웃고, 공이 잘 안맞아도 웃고, 게임에 이겨도 웃고, 게임에 져도 웃는다. 이제 이 나이에 대표선수가 될 것도 아니건만 무척이나 열심히들 라켓을 휘둘러 댄다. 정말로 인정이 있고 남을 위해서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래서 좋다.
흔히들 말하기를 학생들은 도시의 학교로 진학하고, 공직자들은 이웃의 청주, 대전에서 출퇴근하고, 장사하는 사람들까지도 생활 주거지는 도시에 있기 때문에 낮에는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우리 보은 땅이 밤이면 죽은 도시같은 풍경을 자아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어서, 또한 마음이 푸근하고, 남을 배려하는 인정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지역은 외롭지 않고, 가라앉지 않으며 생기발랄하게 깨어난다.
이른 새벽부터 우리 보은의 땅을 힘차게 밟으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지역은 밝은 미래가 열리고 발전할 것이다. 오늘도 이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또 힘차게 삼산초등학교 강당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탁구회원 만세! 새벽을 여는 사람들 만세!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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