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풍속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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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풍속의 변화
  • 보은신문
  • 승인 2000.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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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규(보은고등학교 교장)
며칠전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이 지나 갔다. 설은 추석과 함께 우리에게 가장 큰 명절이면서 세시풍속에 속한다. 문헌을 살펴 보면, 세시풍속이라 함은 `대체로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특수한 생활 행위, 곧 주기전승의 의례적 생활 행위를 말하며 집단적 내지 공동적으로 집집마다 촌락마다 또는 민족적으로 관행하는 것이 상례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의 세시풍속으로는 설이나 추석외에도 계절이나 월령에 따라 정월 대보름 화전놀이, 단오, 백중일, 동지 등 많이 있으며 오늘날은 설과 추석을 그 중에서 으뜸으로 여긴다.

설은 정월 초하룻날로서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이며, 흔히 설날이라 부르며 설날 아침을 원조, 원단, 또는 정조라고 일컫기도 했으며, 조심하여 가만이 있는 날이라는 뜻으로 신일이라고도 하였다. 옛날 설의 풍속을 살펴 보면 어머니께서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정성껏 설빔을 손수 지어서 새 옷을 입히고 설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냈다. 차례가 끝나면 동네의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리면서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설 음식으로는 식혜, 콩강정, 다식, 수정과, 빈대떡 등 여러가지가 있어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주가 되는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흰떡이다. 떡을 치고 밤새도록 썰어서 떡국을 끓여 차례상에도 올리고 세뱃군이 오는대로 부침개며, 과일이며, 강정이며, 수정과와 함께 한 상씩 차려내는 훈훈한 인정도 돋보였다.

이렇게 옛날의 설 풍속에는 멋이 있고, 인정이 있고, 여유가 있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따뜻한 풍경이 그려진다. 그런데, 오늘날의 설 풍속은 어떤가? 나날이 발전되어 가는 사회 현상과 기계문명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 지는 반면, 인정이 메말라 가고, 멋이 사라져 가며,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정성과 수고로 만들어지던 설빔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동네의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리는 미풍양속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우리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시간뿐이다. 상점에는 설빔이 아니라도 입을 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먼 곳에서 밤을 새워 고향을 찾아 와서는 차례만 지내고 무엇에 쫓기듯 다시 길 떠나기가 바쁘다.

세배는 커녕 집안 식구끼리 이웃 사촌과 함께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정을 나눌 시간이 없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말이다. 그래도 해마다 명절때면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표현되고 귀향 행렬을 보고는 다소 마음의 위안이 되고 우리들 가슴에 아직까지는 멋과 인정과 여유가 살아 숨쉬고 있어 향수를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잘못하면 우리는 정말로 귀한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다음 설날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인정과 그리움을 안고서 고향을 찾았으면 좋겠다. 훈훈한 인정과 함께 우리의 전통인 미풍양속을 계승했으면 하고 바란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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