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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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맞으며
  • 보은신문
  • 승인 200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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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외속 장내, 시조시인)
장엄한 동해의 일출과 함께 새 천년의 아침이 밝았다. 혼돈과 반목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각오와 기대 속에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저 산을 보라. 저 하늘을 보라.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달라져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과 생활방식이다. 우리가 이전에 가졌던 고운 심성과 맑은 영혼을 되찾는 일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나를 낮추는 일이다. 골짜기로 낮아져서 겸손을 배우고 징검다리가 되는 일이다. 공익을 위하여 나를 버릴 줄 아는 일이며,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고 더불어 사는 일이다. 호전적인 생각을 버리고 평화만을 생각하는 일이다.

교육의 첫째 목적은 올바른 가치관과 온건한 심성을 길러주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가. 석고 좌상처럼 전자 게임기 앞에 앉아 사이버 타운을 헤매고 있는 젊은이들. 마우스 하나면 잔잔한 감동을 되살리고, 클릭한번으로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세상. 인터넷을 통해서 영화도 보고 음악을 들으며 미국에 이민간 친구와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으며 채팅방에서 수다를 떨고 스타크레프트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을 즐기고 있다.

불과 40년 전만해도 우리는 20리, 30리 길을 산을 넘고 냇물도 건너며 비오면 비를 맞고 눈보라 치는 날은 뒷걸음질 하며 바람을 등으로 맞으며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폭양이 내리쬐는 여름날은 신작로에 줄지어선 미루나무 그늘에서 그늘로 뛰어 넘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주먹으로 닦으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웃을 수가 있었다.

초가 지붕에 박꽃피는 저녁 어스름, 모락모락 저녁연기 피어오를 때 하얀 앞치마에 젖은 손닦으시며 사립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어머니… 장작불을 때어 무쇠 솥에 지은 밥을 먹으며 모깃불 옆에 멍석 깔고 누워 무수히 쏟아지던 은하수와 함께 잠들던 고향…

그러나 그 고향도 이제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 비닐 하우스에서는 겨울에도 딸기며 토마토, 상추, 오이가 자라고 그 비닐 하우스 안의 습도·온도는 컴퓨터가 알아서 스스로 조절하는 세상. 군불 때던 아궁이는 없어지고 기름보일러로 바뀐 지 이미 오래이며 센서가 안방에 설치되어 온도 조절을 해놓으면 저절로 방이 더워지는 세상.

도시는 도시대로 자동차의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재래시장과 대형 쇼핑몰이 함께 공존하는 시티즌과 네티즌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 대도시의 웬만한 집에서는 가족수대로 자동차와 핸드폰과 컴퓨터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며 잃어버린 정서를 다시 찾는 일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우주의 일부이며 축소된 자연이고 축소된 우주이다.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며 후손에게 길이 물려 줄 산과 강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자. 모든 일에 충실하고 진실과 사랑과 정의로 땀 흘리는 우리가 되자.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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