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하고 주옥같은 시 71편의 수록
지난 2000년 제7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시부문 ‘그 해 겨울’이 당선돼 등단한 초년병 시인으로 걸음마를 하던 조원진(47, 보은읍 강산리) 시인이 향토색 짙은 시어와 살아있는 의식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처녀시집 ‘기러기 부리에 묻어온 겨울’(푸른나라)을 발간했다. 조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지난 99년 15년간 다녔던 교육청을 그만두고 청주 문예 아카데미 4학기 강의를 마치는 등 그동안 창작에만 몰두하며 써온 순수하고 순박함이 묻어나는 71편의 주옥같은 시들이 수록돼 있다.
조 시인은 이번 시집을 발표하면서 “큰애기 하얀 속옷에 비친 초경 꽃물처럼, 부끄러움 칠 할에 설레는 마음 삼 할쯤이다. 칠 할의 부끄러움이 여물어 기쁨 될 날도 있으리라 소망하며, 지천명이 멀지 않은 지금 삼가 첫 시집을 내놓는다”며 처녀 시집 발표에 대한 부끄러움과 설렘을 큰애기의 초경에 비유했다.
시인 신동인은 “조원진 시인의 시 70여 편을 받아 그 날로 밤새 읽으며 매 시마다 밑줄을 그으며 감탄을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삶에서 우러난 튼튼한 시들이었다”고 극찬했다.
‘섬돌 모서리 갈던 귀뚜라미들/바스러진 곡(哭)마저 거두었다/온 세상에 피어난 아스피린 가루!/하얗게 마취된 땅’(‘기러기 부리에 묻어온 겨울’중 일부) 조 시인의 장점인 경이적인 이미지 창출로 시인의 섬세한 상상력과 관찰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남도 사투리가 상냥한 이브에게/부질없이 고향을 물어보면/떠돌이한테 무슨 고향이 있겠냐지만/두 눈엔 벌써 그렁그렁 바다가 보이고/짠한 갯내음이 풍겨납니다/(중략) 지금은 어둡고 쓴맛 나는 세상/부드럽고 달콤한 맛이나 보시하겠다고/차 쟁반에 설탕 프림 챙겨들고는/총총히 다방 문을 나섭니다/(‘에덴다방’부분)
이 작품은 “온후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타향을 떠도는 다방아가씨에게 따스한 눈길로 꽂히면서도 쓴맛 나는 세상이라는 비판적 눈도 잊지 않았다”고 신동인 시인은 평했다. 안도현 시인은 “조원진 시인은 몸에 거는 장신구 같은 시를 쓰지 않는다” 면서 ‘남악리의 봄’, ‘봄 편지’, ‘10월’,‘으아리 꽃’,‘기러기 부리에 묻어온 겨울’등의 작품은 서늘하면서도 단단하게 빛나는 서정이 좋다고 평했다.
또 ‘강물 흘러서’,‘논둑을 바르며’,‘은사시나무를 참하다’작품은 보이는 연륜이 쌓인 삶의 성찰도 배울 바 많고, ‘그 해 겨울’,‘아들녀석의 숙제’에서는 현실에 뿌리 내린 역사인식도 날이 서있다고 평하며 요즘 시단에 보기 드문 활기라도 극찬했다. 산외면 장갑리가 고향으로 6남1녀중 장남인 조시인은 칠순을 넘긴 노모를 모시고 보은읍 강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보은문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충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지난 22일 대바위 가든에서 처녀시집 출판기념회를 가진 조 시인은 지난 26일 보은여자고등학교(교장 김중규) 4층 도서실에서 3학년 학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는 세상의 노래다’란 주제로 시란 무엇인가와 시는 왜 쓰는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특강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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