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기 중국 청도 례품 공예품 국제 박람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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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기 중국 청도 례품 공예품 국제 박람회 참가기
  • 보은신문
  • 승인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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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중 구(보은 누청, 월산 원앙농장 운영)
지난 6월 초순경에 중국 박람회에 참여해 달라는 중국측 ‘청도 주산(珠山) 원앙 유한회사’ 이성순 여사님의 제의를 받은 바 있다. 박람회 면적이 8000평 규모의 면적에 세계 58개국 250여개 중국 진출 참여업체와 당당히 경쟁해도 월산(月山) 원앙 박제품은 충분히 승산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월산 원앙 농장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원앙은 계절적인 농업으로써 시기적으로 우기인 장마철로 인해 당장 원앙을 박제할 수 없는 시기일 뿐만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인적인 일로 잠시 방황을 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기존 제품을 가지고 출품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월산 원앙 제2농장인 중국 청도 주산 원앙농장이 절묘한 자연환경과 함께 잘 갖춰져 있는데다 이성순 여사님이 서너차례에 걸친 보은의 현지 월산 원앙농장 방문시 제대로 기술을 보급하고 노하우를 전수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원앙새를 사랑하는 그 분의 열의와 지극한 정성에 혹시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동안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써는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 지 조차 몰랐다. 당시 나는 올해가 원앙을 처음 기르기 시작해 이십 년이 되는 해여서 그동안 방치된 원앙 관련 자료를 이것저것 챙기며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중이었다. 이렇게 고민하던 중 이여사님의 적극적인 요청에 원앙과 관련된 지인들을 만나 상의한 결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무조건 박람회에 참여를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반응들이었다.

이에 힘을 얻은 나로써는 원앙을 처음 기르겠다고 소를 팔아 원앙 몇 마리를 사다가 놓았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주변을 정리하면서 이여사님의 박람회 참여요청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목재 및 유리 케이스를 특수 아크릴로 보완하고 월산 원앙 신상품 개발팀장인 이종현씨에게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해 동의를 얻어 일을 추진하는데 농사철과 맞물려 시간이 모자란 점이 아쉬웠다.

여권과 비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공서에 소문이 나고 두차례에 걸친 군수님의 방문과 격려, 읍장님, 군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격려 속에 드디어 지난 9월22일 미지의 땅인 중국 청도에 도착, 10월2일 도착하면서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인간이 성장하려면 여러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자라나듯이 본인에게 깊은 관심을 표명해 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간절했다. 중국 청도 공항에 첫발을 내딛자 삼엄한 경비가 좀 낯설기는 했지만 공항까지 직접 마중을 나오신 이성순 여사님과 모든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연길에서 청도까지 마중을 온 최광륜(재외 중국 동포 체육회장)회장님의 환한 미소를 보니 피로가 봄눈 녹듯이 녹아든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이십여분간을 자동차로 달렸을 때 한국의 여느 중소도시와 특별히 다른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청도시에 접어들자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어왔던 어리석은 정보와 피상적으로 어깨너머 들어온 정보가 무색할 정도로 자연과 잘 어우러진 유럽풍의 계획된 건물과 집들, 모든 것이 넓고 크며 여유있는 공간에서나 할 수 있는 조경과 깨끗한 거리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마디로 감탄사의 연발이며 환상적인 도시인 것이 ‘현대판 무릉도원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라고 느낄 정도였다.

여장을 풀고 박람회 현장답사를 하니 대국답게 넓은 광장에 웅장한 건물이 세워진 것에 놀랐으며 이곳이 전문 박람회 장소로 이번에 례품·공예품 박람회는 4층에서 다음날 꽃박람회는 지하에서 개최되는 곳으로 되어 있어 수시로 각종 이벤트 행사와 국제적인 박람회 행사를 상설화해 최신의 정보교환과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 주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솔직히 참 부럽기도 했으며 이런 것이 중국이 급속히 경제성장을 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박람회 전시장 시설이 완벽하리 만큼 잘 되어 있었다. 화장실을 비롯해 편의시설물이 국제적 수준이며 전시장 설치에 필요한 시설물들이 잘 갖춰져 있었는데 전시장 임대료(3m × 3m, 5일 박람회 전시장 사용료 미화 $1800)는 물론 전시품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시설물 하나 하나에다가 짐 운반 수레까지도 한 번 사용하는데 선불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시설물에 해당하는 선금을 받고나서 시설물을 사용한 값을 제외한 나머지 차액을 되돌려 주는 식의 뛰어난 상술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와 문화적 차이라고는 하지만 1일 박람회 전시 마감시간이 오후 4시라는 점이다. 관공서에서 정책적인 전략으로 외지의 박람회 참여업체와 관광객들이 좀더 여유를 갖고 좀더 놀고 가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의 전환인가. 말로만 듣던 흑묘백묘(黑猫白猫)란 말이 생각났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간에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하듯이 방법이야 어찌됐든 국민이 잘살면 된다는 논리에 따라 자본주의의 장점이 고스란히 접목된 절묘하고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어디 이뿐인가. 독일 자본을 끌어들여 계획하고 설계한 도시라는 청도시는 우리나라 울산정도의 도시라고 하는데 인구는 700만명에 소위 우리가 말하는 무궁화 다섯 개 정도의 국제적인 특급 호텔이 5∼6개나 되고 크고 작은 호텔도 해안 절경과 어우러져 유럽의 어느 도시를 보는 것처럼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아름다웠다. 이여사님과 최회장님의 극진한 배려로 여러 호텔을 옮겨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발 맛사지와 전신 안마하는 곳(한국식, 일본식, 태국식…등)을 비롯한 사우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이곳에서 하루의 피로와 휴식을 취하게 만들어놓고 전술한 바와 같이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는 것이다. 청도시의 이곳저곳을 보면서 열악한 우리 군과 자연스럽게 비교되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12만의 인구였는데 지금은 4만의 인구가 채 안된다고 한다. 급격한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머리 좋은 위정자들의 말을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패배주의자의 변명과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천년이상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속리산 법주사가 있으며, 삼년산성을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 및 문화유산이 다른 어느 시군보다도 많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지역 속리산을 찾는 유료 입장객이 120만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60여만명 정도로 급격히 줄었는데 활성화 방안을 찾기는커녕 그냥 방치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최근의 예로 지난 8월 초순 전국의 역사 선생님이 우리지역 갑오동학농민전쟁터 현장체험 학습 장소로 필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이틀동안 보은여고 구금회 선생님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최선을 다해 안내해 준 적이 있다.

현장 여러 곳을 안내했을 때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없는 것에 대한 분노와 함께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맛보아야만 했다. 도대체 속리산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말로만 외치고 떠들고 다니던 그 잘난 사람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었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에서 중국 청도시의 예를 들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 보은지역에는 관광객들이 돈을 뿌리고 갈만한 문화관광 휴식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골프장 하나 없는 곳, 규모있는 콘도하나 없는 곳, 제대로 된 사우나 시설 없는 숙박업소에서 누가 관광을 하고 하루의 피로를 달래고 휴식을 취하려고 보은지역을 찾아오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중국이 흑묘백묘 논리로 교묘히 자본주의화에 성공해 경제가 급성장하는 것처럼 골프장 및 콘도 등을 짓는다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관련법규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공직자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간다면 우리 군민 모두가 잘사는 첩경이 될 것이다.

우리지역이 세계에서 최고가 되려면 남의 것을 모방하거나 답습만 하다가는 결코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 없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최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만이 독창적이 문화와 환경을 잘 접목시켜 우리지역이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개발하는데 군민의 역량과 힘을 모아 우리 군이 발전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번 중국 청도 국제 박람회를 참가하고 나서의 교훈이 아닌지 모르겠다.

끝으로 엄청나게 몰려드는 중국 박람회 관람객들의 후끈한 열기 속에서 재외 중국동포 체육회장이라는 직책과 위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땀을 흘리며 중국 현지인과 바이어들에게 최선을 다해 월산 원앙 박제 신상품을 설명한 최광륜 회장님의 모습에서 사나이의 큰 그릇다운 무언의 가르침과 프로의식을 배운게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초청에서부터 박람회 기간 내내 아니 귀국 때까지의 성공적인 추진력과 치밀하고도 세세한 부분까지 극진한 환대와 배려에 성공한 여성 사업가의 삶과 처세술을 엿볼 수 있었던게 가장 보람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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