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상태바
신의
  • 보은신문
  • 승인 1995.1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건식 보은읍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람이 지켜야할 덕목의 하나로 신의를 소중하게 알고 실천해 온 전통이 있다. 신의란 사람사이에 믿은과 의리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는 사람마다 진실하고 위하여는 사람마다 진실하고 올발라야 한다. '군신유의' '붕우유신'은 바로 신의를 강조한 덕목인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로 우리 민족은 신의를 삶의 지표로 삼아 살아왔으며 신의의 중요성을 후손에게 가르쳐왔으므로 이웃나라로부터 '동방에 예를 지키는 나라'라는 칭송을 받아왔으며 우리들 스스로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라고 말해왔다.

이와같은 윤리도덕은 나라를 지키는 바탕이 되었고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생활풍습이 다르고 사고가 다른 서양문물이 유입되고 더욱이 광복이후 둑터진 봇물처럼 밀려들어오는 과정에서 선별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임으로 우리의 전통 윤리는 금이가고 사람간의 신의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때 우스갯소리 잘하는 사람이 목욕탕에 간 부자이야기를 하여 모두가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 탕속에 들어가서 '어 시원하다'하는 아버지 소리르를 듣고 뒤따라 들어간 어린이들이 뛰어나오면서 '세상에 믿을 X 하나도 없다'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로 우리사회에 시느이가 어떠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풍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천지교는 불가망'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벗들과의 신의를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말을 어린 자식들에게 교훈할 수 있는가?

친구를 믿고 빚보증을 섰다가 집날린 사람이 아니더라도 출세나 별 도움이 안되는 친구라면 멀리하는게 상책인 요즘이 아닌가? 효율성이 떨어지면 친구와도 지금까지의 사귐을 빨리 바꾸어야만 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야만 출세도 하고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세상 살아가자면 신의를 따질 것 없이 그야말로 나에게 부담이 되는 것과 손을 끊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비상한 재주가 없으면 안되는 참으로 서글픈 세상이다. 더우기 볼쌍 사나운 것은 우리들의 지도자라는 분들의 모습이다.

'우리보다는 나'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 사람들의 사고에 빠져버린 약싹 빠른 우리들의 지도자라는 분들이 어제의 동지를 헌신짝 처럼 버리고 사리사욕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친구도 헌신짝 처럼 버린저들이 입만 벌리면 앞세우는 국민을 과연 안중에 두고있는지 생각할 때 우리들 자신이 너무나 처량해진다. 불신이 활개쳐 오죽하면 '믿어주세요'라고 말하던 지도자의 불거진 비자금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오늘이다.

이제 우리에게 과연 희망은 있는가? 자! 이제 모두의 가슴을 여미고 냉철하게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럴때일수록 나 혼자만이라도 진실하고 올바른 사람이 되어 이땅에 다시 신의를 꽃피우겠다는 옹골찬 다짐을 하고 실천할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할 때이다.

<생각하며 삽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