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사인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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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사인 공포증?
  • 보은신문
  • 승인 1996.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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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으로 경제난국에 부딪힌 정부 당국은 경쟁력 10% 높이기 등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가며 온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
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군내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읍사무소의 한결재권자는 이러한 정세와는 달리 행동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연인즉 이 결재권자의 책상에는 결재서류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도 그 사안의 시급함이나 중요도에 상관없이 사인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이 말이다. 모 공무원에게 말을 전해들었다는 한 주민에 의하면 그 심각성은 더하다.

"시각을 다투는 서류를 작성해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서류를 검토하고 막 사인을 하려는 순간이었답니다. 그때 마친 전화벨이 울렸고 저노하를 받아든 모 결재권자는 상대방과 30여분에 걸쳐 통화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옆에 누가 서 있었든지 시각을 다투는 결재서류를 뒤로 미루고 사적인 전화를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사실을 두고 주민들은 뭐라고 말할까?

게다가 한 번 결재서류를 올리면 보통은 이틀씩이나 걸려야 사인이 난다고 하니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때문에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아예 포기상태라고 전한다. 결제서류를 올리면 이틀은 기다려야 하니까 이 결재권자가 자리에 없을 때 결제서류를 올리고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읍사무소를 자주 찾는 주민들 사이에서 오갈 정도이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결재권자가 자리를 자주 비운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보통 '결재서류를 산더미 같이 쌓아 놓고' 볼일을 본다는 것은 직장인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일반 직장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최소한 '시말서 감'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결재사인 공포증(?)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아직 읍사무소의 돌아가는 사정을 다 파악하지 못해 '혹시 잘못 사인해 낭패를 보면 어떻게 하나'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결재가 늦어지는 만큼 행정 추진력도 늦어진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결국 주민들의 손해가 아니겠는가. 기자가 이 결재권자의 말을 듣기 위해 삼고초려의 각오로 여러 번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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