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함의 한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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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함의 한국 방문
  • 보은신문
  • 승인 199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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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춘자(학교어머니 연합회장)
일본 군함이 부산을 방문했다. 광복51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변화다. 그것도 큰 변화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이제는 어렵지 않게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고 한때 총부리를 겨누었던 중국의 오성홍가가 서울의 중심부에서 나부끼는 것도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보다도 일본군함의 방문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일본과 우리 나라의 특수한 관계 때문일 것이다. 이번 해군함정의 방문은 우리 군함의 방문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이미 예정되었던 일이다.

그럼에도 일장기를 휘날리는 일본 군함이 우리 항구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착잡할 따름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피해의식, 민족감정, 그리고 태고적부터의 역사적인 콤플렉스 등등이 뒤범벅이 된 감정이다. 일본 군함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특유의 냄비기질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아마 일본 군함도 잠시 관심을 끌었다가 또 기억의 저편에 묻히고 말것이다. 우리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치밀하게 따져보고 마무리짓는 능력이 상당히 부족해져 있다. 원래의 민족성은 아닐지라도 최근의 우리는 그런 성급한 성격을 가지게 됐다.

옛 소련은 세계의 절반에 자신들의 이념을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그 비결은 노력이었다. 그들은 우선 어느나라에 진출하고자 하면 우선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문학 예술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한다. 그런 다음 어느정도 성과가 쌓이면 비로소 그 나라와 접촉을 시작한다.

물론 진출을 위해 그때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전에 상당한 연구결과를 축전하고 있다. 우리 바다에 들어온 일본 군함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일본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일본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관계자들은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하고 협상하며 사귀는 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일본이 없다고 외쳐도 현재로서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부강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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