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삶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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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삶의 자세
  • 보은신문
  • 승인 1996.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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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숙(세중초등학교 교사)
보릿고개는 연중 행사처럼 어김없이 찾아왔고, 풀뿌리와 나물죽으로 연명하며 허리띠를 졸라 매던 우리의 지난 날은 암담하기만 했었다.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동방의 떠오르는 별로서 눈부신 경제발전의 문이 열린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언제 우리에게 찢어지게 가난한 때가 있었던가 실감할 겨를 없이 이제는 1만 달러 시대에 안주하고 있는 나 아니 우리나라 국민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니 망각이 없다면 인간은 지겨운 지난 날에 집착하여 앞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갖지 못할 것이다" 라고 한 어느 철인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대중교통 수단에 의존하여 국내 명승지 관광마저 쩔쩔매고 계획으로만 그치던 때가 엊그제 일인데… 얼마 전 해외 연수차 유럽에 갔을 때의 일이다. 관광 버스 서너 대에서 내리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동양인이었다.

'설마 한국 아이들은 아니겠지' 했는데 우리 말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우리 어린이들이라는 점에서 벌어졌던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가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초등학생들의 해외 나들이는 좀 지나치지 않을까?

가는 곳마다 우리 나라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낯선 이국땅이 아닌 한국 땅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한국 관광객이 외국에서 벌이는 추태는 이미 오래 전에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알고 있다. 이태리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니까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체하며 살아온 우리의 조상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팠다. 비록 국위 선양은 못할 망정 때와 장소에 맞는 언행으로 내 분수 내 설 자리를 잘 찾고 바로 닥쳐올 내일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 오늘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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