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조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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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조카의 교훈
  • 보은신문
  • 승인 1996.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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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숙(세중초등학교 교사)
우리 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자처했고, 외국인들도 이를 부러워하며 우리 나라의 효를 상세히 소개한 기록이 많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도 산업 사회로의 전환에 따라서 세대 단위 중심의 핵가족화는 효개념에 대변혁을 가져왔다.

사업 자금을 마련코자 아버지를 살해하는가 하면, 음주와 방탕으로 질책하는 부모를 폭행하거나 관광을 빙자하여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낯선 곳에다 버리는 등의 패륜 행위는 타락되 효경 사상의 측면을 대변해 주고 있다.

아들을 낳았다고 좋아하시던 우리의 부모님들! 하지만 그 아들이 성장해서 며느리를 맞이하고 난 후의 허탈감... 지금의 젊은 부모들이 얼마 만큼 헤아리고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어른들이 생각할 때 어린이들은 어리니까 아무 생각이 없을 것 같지만 어른들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대전에 사는 남동생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TV 연속극을 한참 보고 있는데. "나도 이담에 결혼하면 엄마 아빠와 따로 살거야"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가 갑자기 내밭는 말 한마디는 동생 내외의 머리 속을 혼미의 늪으로 몰고 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응, 지금 아빠 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같이 안살잖아. 나도 1년에 몇 번만 찾아갈께" 대꾸할 말을 잊은 채 얼굴을 붉히는 동생 내외를 보면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부모나 시부모는 등한시하며 오로지 내 자식의 영달을 위해 불필요한 희생을 거듭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따가운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진실과 참다운 정이 담긴 효는 과연 어떤 것일까? 배금 사상과 금권만능주의사고 방식에서 오는 몇 푼 안 되는 선심으로 진정한 효를 실행했다는 착각에 젖는 사람은 과연 없을까?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고 눈 감으시는 그 날까지 오직 아들 딸 손자년만을 생각하고, 하늘 같은 정과 덕을 베풀어 주신 부모님께 마음 속으로부터 우리나는 효심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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