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의 꼴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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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의 꼴불견
  • 보은신문
  • 승인 1996.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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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숙(세중초등학교 교사)
지난 5월은 어린이들에게 신바람나는 달이었다. 어린이날에다 학교에서는 연중 행사인 소풍이 이루어지고, 운동회를 가을에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탈피하여 봄운동회로 바꾼 학교도 점차 늘어갔기 때문이다. 초순에서부터 중순까지는 거의 매일 초등학교 운동회광경이 TV에 방영이 되었다.

나라의 새싹이요, 나라의 보배들이 맘껏 뛰고 재롱부리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귀엽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무감각해지고 만성화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어린이 자신도 선생님도 느끼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보낸 꼴불견, 다름 아닌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양말과 스타킹 바람에 달리는 장면이다.

이미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된 이 모습에 어찌 선생님도 학부모도 신경이 둔화된 채 오불관 할 수 있단 말인가? 양말과 스타킹은 엄연한 실내용이다. 필자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디 양말 바람에 운동장을 달렸단 말인가? 양말 바람에 맨 땅을 밟고 달리고, 그 발로 집에 가면 마루로 안방으로 거침없이 드나들 테니 얼마ㅏ 비위생적이며 또 경제적으로 얼마나 낭비인가?

학보모들이나 선생님들이 묵인하는 원인은 아마도 어린이 과보호 사조에서 나온것임에 틀림이 없다. 맨발로 달렸을 때 발바닥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청주시와 자매 도시인 일본 돗토리현의 하마사카 소학교의 교육활동 사진첩을 본 일이 있다. 운동회 장면에서 짝체조를 하는데 런닝마저 벗어 던진 맨살이요, 2학년이 오래 달리기를 하는데 운동화나 양말을 착용한 학생은 찾아 볼래야 볼 수 없고, 한결같이 모두가 맨발이다.

일본에서는 운동회 도중에 비가 내렸다고 중단한 학교가 전혀 없고 우리 나라에서는 운동회 도중에 비가 내렸을 때 계속한 학교가 한 학교도 없다는 보도를 읽은 지도 이미 오래다. 비 좀 맞았다고 감기에 걸리는 체력과 정신력! 꼬마 군복에 무장을 하고 산악지대를 다람쥐처럼 날쌔게 오르내리는 북한 어린이의 군사 훈련 장면을 대할때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우리나라 어린이의 나약한 모습과 비교되어 오싹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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