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와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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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와 세금
  • 보은신문
  • 승인 200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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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희어진다는 백로가 지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봄 가뭄, 잠 못 이루던 열대야, 그리고 최근까지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자연의 큰 질서 앞에서는 인간 세상의 작은 이야기 거리로 남겨진 채 하늘을 점점 더 높아만 간다. 모내기하는 시기에 워낙 심하게 농심(農心)을 시험했던 탓인지 논농사는 현재로서는 대풍이 예상된다.

물론 앞으로도 태풍에 의한 피해가 없어야만 하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는 농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겸손하게 기다리는 농심에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이른바 쌀값 폭락이 그 것이다. 현재도 적정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라니 풍요와 감사의 상징이었던 황금 들녘의 풍년가는 이제는 농민의 한숨소리로 바뀌게 되었다. 농업은 보은군의 중심 산업이다. 삼승의 사과와 회인의 배처럼 몇몇 품목이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쌀이 대부분 농가의 주된 수입원이다. 때문에 쌀값 폭락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군민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위기에 처했을 때의 행동 양식은 평상시의 그 것과는 달라야 한다.

개인이나 단체 모두가 효율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취약하여 중앙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주민이 부담하는 균등할 주민세를 법정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보은군의 경우에는 모든 면에서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모색해. 소모성 경비가 주를 이루는 축제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올해도 역시 지역 축제인 속리축전이 개최된다. 이 번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1억원이 넘는 큰 규모로 속리축전 전체 행사에 5천만원, 대추 아가씨 선발 2 천만원, 세조 임금 행차 재연에 4천만원이 배정되어 있다. 속리산 단풍 가요제는 별도 예산이 책정되어 있고 또 군민 체육대회가 곧 있을 예정이니 이 번 가을 행사에 줄잡아 2억원의 예산이 집행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화합과 단결은 필수적이다. 차원 높은 축제와 체육행사는 지역 주민의 화합과 단결은 물론 출향인의 고향 사랑과 외부인의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가 될 수 잇다. 반면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태의연하거나 졸속판 행사는 예산 낭비와 주민 불만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이 번 속리축전과 군민체전을 통해서 위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군민 각 자의 실천과 지혜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큰 예산을 집행하는 행사 주관 단체에서는 알뜰한 경영으로 군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총괄 부서인 문화원은 행사가 끝난 후에 주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자체 평가를 반드시 실시하여 속리축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주민들의 행사 참여 자세에도 바람직한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이제까지 대다수 주민들은 각종 문화 행사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 는 식의 수동적 자세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다.하지만 이제부터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행사에 소요된 예산의 규모, 적정성, 파급 효과, 개선점 등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민세를 내는 가난한 군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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