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규 보은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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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규 보은상고 교사
  • 보은신문
  • 승인 199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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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敎訓)
내가 좋아하는 고사(故事)중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성어가 있다. 동전 두 잎만 넣으면 뜨거운 커피가 입맛에 맞게 놓여지고 자판 몇 번만 두들기면 온 세상 정보가 바둑판처럼 한눈에 펼쳐지는 속결속행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으로선 더없이 비위에 거슬리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퇴색한 글귀겠지만 모자란 듯한 나에게는 더없이 친근감을 안겨주는 내용임을 종종 느껴본다.

옛날 중국 산서성에는 둘레가 700㎞나 되고 높이가 8만m에 달하는 높은 두 산이 있는 곳에 우공(愚公)이라 불려지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높은 두 개의 산이 가로막혀 있어 외출할 적마다 먼 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과 고통스러움이 여간 아니었다. 이 사실을 우공은 항상 괴롭게 생각하던 끝에 하루는 '내가 왜 일찍이 이 두 개의 산을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였을까'하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오랫동안 길을 돌아다녀야만 했던 불편을 느꼈음이라 그의 가족들은 모두 찬성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만은 주저하는 눈치였다. 혹시 망령이 아니고야 90세가 다된 기력조차 없는 분이 산을 옮긴다는 일도 문제려니와 그 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더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자식과 손자와 인부3인을 얻어 바위를 깨고 흙을 파내어 바다를 메우기 시작하였다. 해가 가고 몇 년이 흘러도 그칠 줄 모르는 우공을 마을 노인들은 수없이 만류하고 타일렀지만 고집을 버리지 않아 급기야 비웃기 시작했다. 묵묵히 침묵만으로 일해왔던 우공은 비웃는 마을 노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구려, 비록 내 나이는 많지만 내가 죽더라도 아들이 있고 뒤에는 손자가 있고, 손자가 또 아들을 낳고… 자자손손 무궁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저 산은 더 높이 자라는 것도 아니요, 새끼를 치는 일도 없으니 흙 한 삼태기를 파내면 그 자리가 비워지는 일이니 결국엔 이 산이 없어지기는 뻔한 일 아니겠는가?” 기막힌 논리적인 말에 노인들은 다시 비웃지 못하였으나 이 같은 굳은 결심과 신념을 알게 된 하늘은 이 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걱정이 아니 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역사를 보낸 하느님은 우공의 집 앞에 있는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치웠다는 이야기다. 비록 행동과 발상은 미련하다하나 누구든 굳은 신념과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뜻한 바를 행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아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참된 삶의 정도(正道)를 일깨워 주는 의미 심장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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