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축농증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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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축농증 환자?
  • 보은신문
  • 승인 199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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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춘(편집국장)
사람의 후각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성 싶다. 감정과 기분을 좋게하는 냄새와 그렇지 못한 냄새를 들 수 있겠다. 인간은 늘 이 좋은 냄새를 맡고 살기 위하여 환경을 개선하고 각종 향수를 만들어 왔으며, 선거때마다 출마자들은 쾌적한 환경조성을 누구나 할 것없이 공약으로 내건다. 그러나 오늘은 좋은 냄새가 아닌 좀 식상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인간의 배설물 중에서 똥과 오줌을 이야기 해보자. 개똥도 약으로 쓸려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옛날에는 인간의 배설물을 민간요법에서 약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채만식의 소설 '삼대'에 보면 어린아이의 오줌을 약으로 쓴 내용이 있다. 근래에 와서는 과학적으로 오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각종 시약을 만들고 있다. 물론 많은 양의 오줌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수거하는 모양이다. 오줌의 성질을 짜고 독이 없어서 심장과 허파를 윤활하게 하고 어지려운 증세를 치료하며 눈을 밝게 하고 기침을 치료하게 한다. 최근에는 임산부의 오줌에 불임증을 치료할 수 있는 성분이 추출되어 불임치료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더욱이 우리 조상들은 똥까지 약으로 사용했다고한다.

마른 똥을 물에 담가서 즙을 마시면 열병으로 미쳐 날뛰는 증상을 치료하고 모든 독을 풀어 주었다. 여자보다는 남자의 똥이 더 좋다고 한다. 똥을 말려서 탕에 섞어 마시거나 또는 불에 태워 가루를 낸것을 타서 마시면 열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첨단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현대의 이야기로는 먼 옛날 꿈같은 이야기인지만 인간의 배설물을 인간이 다시 약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몇년전 보은읍 시가지 일원을 정비하면서 하수도 공사를 한적이 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스틸크레이션으로 하수구를 복개 하였으나, 주민들이 보행하는데 불편이 많아 주물 뚜껑으로 재시공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작년 여름 몰지각한 주민들이 이하수구로 정화되지 않은 배설물을 버려 한참 난리가 난적이 있다. 특히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철 하수구로부터의 악취는 주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했다.

그러한 악취가 해결되지 않은채 한겨울인 요즘에도 보도위를 걷다보면 심하게 풍겨나는 냄새로 말못하는 짜증을 나게 한다. 이제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아 그 동안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동심의 추억을 간직한채 고향을 찾아 시가지에서 그리 쾌적치 못한 악취를 느낄때 그들의 가슴속에 있던 고향의 모습은 어떠할까 싶다.

관계기관에서는 현재 하수구 복개의 시행착오는 인정하지만 재시공은 예산상 어렵고 3월쯤이나 첨단장비를 이요해서 하수도 청소를 한다고 하니 이 악취를 더 견뎌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주민의 쾌적한 거주 환경을 위해 다른 어느 사업에 앞서 근본적으로 보은읍 하수구 문제를 해결해 주길 갈망하면 더이상 주민을 축농증 환자로 취급하지 말았으면 한다.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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