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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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 보은신문
  • 승인 200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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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경 재 (보은문화원 사무국장)
바쁜 일상 속에서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보기가 힘들다. 그러다가 어쩌다 쳐다보게 된 하늘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파란 유리알 같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그럴까 구름 한점 없는 가을하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 중에는 단지 한국의 가을하늘을 보기 위해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가을하늘은 세계적으로 푸르름과 높음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마디로 청명하기 그지없다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뚜렷한 4계절을 보유한 우리 나라의 지형은 세계 어떤 국가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을 우리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애국가 3절은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랫말 또한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담겨진 채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가을하늘 중 우리지역의 가을하늘은 그 어느 곳에도 비할 데 없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한 폭의 한국화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청명한 가을하늘밑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상에 묻혀 마음놓고 하늘한번 쳐다보기 힘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삶이 바쁜 것인지 여유가 없는 것인지 왠지 바쁜 생활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은 것이 현재 우리들의 삶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계절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삶은 작은 전쟁터, 앞만을 바라보고 달려야만 뒤쳐짐을 막을 수 있다고 서로 부추긴다. 그러다가 한 박자 쉬고 싶을 때는 땅을 쳐다보며 한숨 한번 내쉬어 본다. 그렇게 살다 우연히 쳐다본 가을 하늘이 너무나 푸르르고 맑아 아름답다. 단지 앞만 보던 눈을 들었을 뿐인데 자연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기 그대로 있음을 깨닫는다.

올 가을은 현실 속에서 사색하며 보내고 싶다. 가을 하늘이 속삭이고, 맑고 깨끗한 바람이 그러라고 한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진실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라고 한다.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의 마음으로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라 한다. 올 가을에는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의 마음으로 내 속을 다시 점검하고 허전하고 빈 구석을 사색으로 채워보자. `낙원을 찾는 데 필요한 것은 옷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었으며 그냥 감았던 눈을 뜨는 것뿐이었다.'

소설가 김 지원씨의 <낙원같은 집>의 맨 마지막 대목처럼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 여유와 사색, 즉 감았던 눈을 뜨는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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