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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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이기는 독서
  • 보은신문
  • 승인 199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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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빈씨(시인. 청주대 교수)
흔히들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사고까지도 방송매체에 지배당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고할 능력까지고 상실하고 있다. 누구나 보고 듣는 방송에만 의존하다 보니 자기 나름의 생각이 없다. 방송이 끝없이 자기 주방을 강요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신문을 읽으면 서는 나름대로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있지만, 방송뉴스는 방송 나름대로의 관점과 방식으로 사건을 보도하고는 금방 다른 사건에 대한 보도로 이어지니까 시청자가 개개의 사건에 대해 면밀히 생각하거나 비판할 여유가 없다. 텔레비전은 장면과 소리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활자처럼 활발한 상상력도 필요가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 방송을 통한 지식이나 감동만이 가장 확실한 내 것일 수 있다. 정신의 진정한 자양일 수 있다. 문학작품의 경우, 누구나 읽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이미 구닥다리라고 할지라도 고전을 읽는 것이 좋다. 고전은 단순한 옛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내포하고 있는 가치의 위대성 때문에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대작품이라도 매스컴에 의존하지 말고 그 전범 성을 인정받는 작품을 읽으면 된다. 오래 남을 작품일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택하는 것은 문화의 유행을 좇는 것이다. 이 시계(대상)의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진정한 길을 버리고, 단순히 사교를 위한 화제만을 찾는 것이다. 문화의 표층만을 핥는 것이다.

유례 없는 더위와 가뭄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어떻게든 이 더위를 피해 도망칠 궁리만 한다. 피해 도망가지 않고 이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독서는 이 혹서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구원한 진리와 만나는 기쁨, 경이로운 이 세계의 영혼과 만나는 감동은 우리로 하여금 이 정도의 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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