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새벽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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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새벽을 열며
  • 보은신문
  • 승인 199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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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신문 창간 4주년에 부쳐 - 송찬호
나뭇가지 위의 새들을 보라
새벽이면 그들은 날래를 다듬지
곧 그들의 직장인 지붕으로 날아가겠지
지붕너머 아직터오지않은 햇살을 물어오기 위해

그리고 이제 막 스러지는 별들을 보아라
저기 어느 늙은 별도 새벽까지 할 일이 있었으리라
이미 죽은 별도 있었으리라
별들은 가고 별빛은 남아 저렇듯이 빛나고 있으리라
우리 몸 아프고 어두울 때우리 맘 환히 비추기 위해

자! 일어나라 우리의 직장인 언덕에서 보아라
보이지 않는 바다 그곳으로 출항하는 배들을 보아라
그들은 여전히 희망의 그물을 던지겠지
오늘은 더 깊은 곳에서 태양을 건저 올리겠지

새벽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병원 불빛은 밤을 새워 아픈 이들을 간호했겠지
공장 기계소리는 쉼없이 굴뚝을 달구었겠지
밤을 새워 걸어본 이들은 알지
밤새 외등을 덜어가 밝혀도
새벽이면 여전히 차 올라 빛나지
샘물은 기쁨이 그렇게 흘러내리지

새들은 희망을 이렇게 말하지
씨앗에 내일을 묻고 벌레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
밤을 새위촛불은 다시 이렇게 말하지
자기의 몸무게만큼 욕심을 버리고
자기의 키만큼 절망을 내려놓는 일

새해 태양이 떠올랐다
아침의 강물은 그냥 기다릴 게 아니다
강가를 달려가 얼굴을 씻어보자
새해의 손은 그렇게 눈부시게 씻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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