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서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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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서 행복을
  • 보은신문
  • 승인 199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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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순 마로면 관기리)
마당없는 작은 집에서 사는 나는 항상 넓은 마당의 집을 소원해 왔다. 그런데 얼마전 마당만 넓을 뿐 아니라 과수원까지 달린 집을 누가 판다고 했다. 그것이 사고 싶었지만 아무리 돈을 맞추어 봐도 그값의 절반밖에 만들 수 없었다. 금융기관에 대부도 약속 받고 친척집까지 전화를 해서 꾸어줄 것을 약속 받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이자와 갚을 것을 생각해보니 역부족이었다.

마당엔 내가 좋아하는 꽃들도 심어 사시사철 넓은 뜰을 꿈의 동산처럼 만들 생각을 하며 몇날며칠을 혼란스럽게 보냈다. 그러나 그것을 산다는 건 억지였고, 그것을 깨닫고 포기하던 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왜 그리 소중하고 평화스럽던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좀 작으면 어떠랴. 내 소중한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공기 맑고 햇볕 잘 드는 거실에서 한잔의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좋은 시상이 떠오를 때면 가슴 벅차게 행복해지는 나는 작은 소시민인 것을…….

빠듯한 생활비를 떼어 일고 싶은 책을 샀을 때 나는 이미 마음의 부자인 것을.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 자기에게 필요치 않은 땅을 투기를 위해 자꾸만 넓혀 가는 사람들. 그들이 과연 돈의 액수만큼 땅의 넓이만큼, 행복이 비례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나는 가끔씩 손칼국수나 김치만두 만들기를 좋아한다. 여름엔 콩가루를 넣어 밀어서 애호박을 넣고 칼국수를 만들고, 겨울엔 시어져서 잘먹지 않는 김치를, 돼지고기를 갈아넣고 김치를 잘게 다져서 만두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 나는 또 행복해진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처럼 행복한 순간도 없으리라. 과잉생산되어 값이 폭락되는 배추를 몇 포기쯤 더 사서 김장을 담그어 보자. 김치가 많으면 김치만두라도 만들어 이웃과 함께 먹으며 작은 것을 나눔으로써 배가될 수 있는 즐거움, 이것이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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