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발전에 동참하는 국민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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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발전에 동참하는 국민의 자세
  • 보은신문
  • 승인 199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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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재(보은읍 산성리)
문민정부 출범후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이 개방되었다, 그 모습을 화면으로 볼적마다 막혔던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말인가? 청와대 앞길에서 크고 작은 시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화면을 대하니 웬지 씁쓸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부 아니면 안된다'는 성급한 마음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교훈을 까마득히 외면하고 아집에 빠지게 되는 것을 다반사로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때가 많다.

김영삼 대통령이 망원동 묘지를 참배하여 원혼들을 위로하고 피해 가족들의 요구를 경청하겠다고 광주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으나 그 참배가 취소되었다는 보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김대통령은 가해자도 아니었고 당시 광주 3주기때,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23일간의 단식투쟁과 더불어 자신이 광주사태 발발 이틀 뒤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통하여 유혈사태에 대한 비판과 계엄령 해제, 구속자 즉시 석방 등을 외신보도를 통해 요구함으로써 광주 유혈사태가 전 세계로 전파, 3년간의 가택연금 생활을 다아게 된 사람에게 어째서 참배를 거절한단 말인가? 광주시민을 대표한 사람들의 행위가 아닐지라도 고통을 나눠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리라곤 믿지 않겠지만 광주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기회마저 상실하고 보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국가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국민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세상 많이 달라졌다고 하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환경오염 따위를 뒷전에 두는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는 온통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나만은 괜찮다는 시대망상증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일체치하에서의 치욕에 연연해 일본을 적대시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국민의식이 아쉬워진다. 사랑을 나누면 커지고 고통을 나누면 작아지게 마련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범위내에서 서로를 용서해주고 관용을 베푸는 가운데 국가발전도 기약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하는 바 있다. 한꺼번에 전부를 요구하고 해결하려는 것은 전부를 잃게 된다는 역사의식 속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소명의식을 불태워 보자.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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