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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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 보은신문
  • 승인 199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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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숙(주부교실 군지회장)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오는 법 그것이 대 자연의 위대한 섭리임에야 어찌 모르는 이 있으며 그 섭리에 순응하지 않고 살아남을 사람 있으랴. 그렇기에 인간이 대 자연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음에 자연의 섭리에 부응하는 법을 배워야 겠다. 오늘의 시련도, 어려움도, 괴로움도 나의 운명에서 비롯된 것이려니 하고 나의 몫으로 받아들여 자연섭리에 복종하는 마음으로 봄을 맞을 준비를 서두르리.

묵은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겨우내 얼어붙은 굳은 땅을 해치고 떡잎이 돋아나듯 그런 의지로 새봄을 맞이하고 싶다. 해묵은 나뭇잎은 제나무의 그늘에서 썩어지고, 마침내 제 그루의 밑거름이 된다. 지난날 우리의 삶을 얼룩지게 했던 실수도, 좌절도, 굴욕감도, 수치감도 새로이 태어나는 떡잎의 기지로 살찌워 값진 밑거름이 되는 이치를 깨달으니 감격스러움에 가슴 가득 뿌듯함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괴롭고 지탱하기 어려워 좌절하는 지난날이 있기 마련이기에, 그 지난날이 겨울같이 춥고 가혹하기까지 하더라도 그 어려움을 슬기와 지혜로 극복하면, 인생의 겨울이 있고 난 뒤에 더욱 눈부신 인생의 봄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곧 보람과 환희 그 자체의 절정일 것이다. 자신의 어려웠던 지난날을 뒤돌아볼 줄 아는 자세로 어려운 사람, 혼자서 지탱하기 힘든 사람, 누군가의 도움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한번쯤 돌볼 줄 아는 여유와 넉넉함이 있는 사람은 지난날을 값진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인가.

난 지난 겨울의 좌절을 견디어 왔기에 그 무엇으로도 깨우칠 수 없는 소중한 삶의 경륜을 터득했음을 알았다. 옛상처 바로 그 자리에서 새싹이 움트고 가슴아픈 인연의 상채기에서 힘찬 의지로 사랑의 움이 트며 조갯살의 상처에서 진주가 생겨나듯 상처받은 자리에 더우 위대하고 빛나는 삶의 꽃이 피리라. 산골짜리에서 녹아내리는 차갑고 신선한 여울물에 지난겨울 슬프디 슬픈 마음자락을 씻어 헹구고, 헹구고 다시 씻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햇볕을 가슴 가득 받아들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날을 시작하자.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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