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이 뻗은 한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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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이 뻗은 한국병
  • 보은신문
  • 승인 199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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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재(동광국교 교사)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대학에 진학해야 되겠다는 망상병에 빠져있는 국민들은 하늘아래 둘도 없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젊은이가 있는가하면, 돈많은 사람들을 꾀어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시켜 주겠다고 하여 대리수험생을 교사하고 엘리트 젊은이의 앞길을 망쳐버리게 하는 정신병자 교사도 있으니,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수치감으로 온통 우리 교육계를 망쳐놓고 있어 앞날이 암담해진다.

부탁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시키는 자는 누구이며, 그러고도 대학에 들어가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것인지, 아연 실소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황금만능으로 돈이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병든 이 사회를 누가 소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전산기계 조작으로 수많은 재정적자를 모면하려던 광운대학의 입시부정 사건으로 젊은이들의 앞날에 먹칠이 되었고, 사학재단의 만성적인 비리를 드러내 놓았으니……, 알몸으로 망신을 당하고 국가에도 치명타를 가하였음에 앞으로 우리 사학재단이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머리를 조아려 자숙할 뿐이다. 지상에 보도된 사건들은 대략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로 가난한 엘리트 학생들을 꾀어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척 넉넉한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었다가 대리수험생으로 둔갑시킴으로써 수천, 수억원을 뜯어내고 사후처리로 담당자들을 돈으로 매수, 서류를 적법화하는 방법이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다.

돈이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망상병자들의 발상이다. 둘째로 광운대 경우처럼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수억원씩 받아 학교측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입학을 시키는 경우이다. 차제에 정부로부터 사학재단에의 재정지원이 많았을 경우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교육자로서 감내할 수 없는 학교운영이었다면 그런 방법 이외에 솟아날 구멍이 없었을까 하번쯤 반성할 일이다. 학교운영이란 기업이 아니며 도한 공기업도 아닌 것이기에 가족단위의 재단운영에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광운대의 경우는 천추의 망국병으로 아무리 설립자일망정 동정할 수 없는 일로 또다시 병폐가 없도록 재단에서 완전히 추방해야 되겠으며 다른 사학재단에서 비리가 없는지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모쪼록 사학도 새로워져야 되겠으며 또한 국가재정의 부담능력이 없으면 정원 이외의 기부입학 제도를 신설하여 모든 학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교육환경 여건의 개선이야말로 21세기를 열어갈 수 있는 백년대계임을 직시하고 GNP의 5% 이상을 교육재원에 투자하기를 기원해 본다. 끝으로 대학을 나와야 대접받는다는 망국병을 취유하는 것도 우리 국민들이 각자의 의식에서 바로 잡아져야 되겠으며 당국의 제도적 개선책도 기대해 본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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