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되어야 할 물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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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되어야 할 물질문화
  • 보은신문
  • 승인 199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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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군청 환경관리계장)
예전에 못먹고, 못입고, 어렵게 살아왔던 시절이 있었다. 헐렁한 미군복을 염색하여 입고 다니고 배급받은 밀가루로 끼니를 잇던 시절. 제사날이나 명절때 아니면 먹지 못했던 하얀 쌀밥과 고기국, 지나가는 아가씨가 약간 살이 찌고 통통하면 부자집 맏며느리감이라고 말했던 시절, 학교에서 부의 척도를 TV, 전화, 피아노 등으로 기준하였던 시절… 그렇게 어렵고 힘든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하얀 쌀밥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기도 이제는 혈액에 콜리에스톨 인가 뭔가가 생긴다고 잘먹지 않고 살을 빼기위해 헬스클럽에 다니며 약간 살이 찌고 통통하여 맏며느리감이라고 불렸던 아가씨가 이제는 둔해보이고 세련되지 못했다고 칭하는 시절이되었다. 누군가 부동산을 투기하여 순간적으로 부자가 되었다든지 아니면 주식을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느니 하는 얘기나, 단지 자기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전화부스에서 살인을 하고, 자기딸을 유흥가에 팔아 부정(父情)을 버리는 행위, 부모를 길거리에 버리는 해우이 등 이러한 모든 것이 이 세상을 열심히 살고 하루를 충실히 사는 삶에게 답답하고 개운치 않은 세상을 살고 있는 듯 느끼게 한다.

그러한 것이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고 왜 그렇게 되었으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원인의 발생도 책임도 우리 모두에게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잘살고 잘먹고 하는 물질적인 것에만 신경을 써왔지 정신적인 풍요로움에는 신경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도로를 포장하고, 건물을 세우고, 소득사업을 벌이는 등 조금이라도 잘 살려고 하고 편해지는 데만 투자하고 관심을 표명했지, 진정한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에절과 전통을 중시하며 독특한 문화의 질을 높이는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투자하였는가? 하나의 좋은 연극, 영화, 예절교육, 주부교육, 참다운 인간상 교육에는 얼마나 요구하고 원하였는가?

행정은 또한 어떠하였는가. 주민행정, 봉사행정을 펴다보니 주민이 원하고 요구하는 일에 전부 만족을 주지 못하는 실정에서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또한 문화적 질을 높이는 것이 순간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통계수치상으로 눈에 뜨이는 것이 아닌 만큼 투자와 관심을 나타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이제는 도로가 잘 닦이고, 도시가 번듯하고, 정비가 잘된 것을 자랑하기 보다는 우리 군민의 문화수준이 얼마나 높고, 도둑이 없으며, 인륜을 저버린 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이웃을 서로돕고 사랑하며 친절을 베푸는 고장으로 이름나는 것이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이제는 우리 군민 모두가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인 문화소산을 갖도록 요구하고 관심을 나타내어야 하며, 행정도 우리고장의 진정한 문화유산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겠다. 정신적인 문화소산과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알고 나 보다는 '우리'라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는 한국인, 이러한 한국인의 상이 우리 군민의 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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