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부국민학교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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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부국민학교를 가다
  • 송진선
  • 승인 199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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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년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
벼를 터는 농민들의 바쁜 손길이 들녘을 수놓고, 새참을 머리에 인 아낙네의 치마자락을 물고가는 바둑이의 발길조차 바쁜 어느 가을 오후.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넓은 운동장에 모여 옷에 묻은 흙먼지도 아랑곳없이 재잘거리며 뛰어노는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 없다. 보은읍 금굴리에서 탄부면 하장리쪽으로 시원스레 뚫린 아스팔트 길을 따라 얼마쯤 가다보면 소나무가 울창한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탄부국민학교의 정겨운 풍경이 보인다.

30년이 넘었을 성 싶은 은행나무가 잎을 노랗게 물들인 채 교문 양옆에 지주목처럼 서 있고, 시리도록 푸른 솔가지와 그 상큼한 솔향기가 휘도는 교정… 57년의 세월을 지나온 탄부국민학교의 모습은 시멘트가 주는 딱딱함이 아닌 오래되서 멋스러운 토기같은 맛이 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천진함을 잃지 않고 둥글게 둥글게 모나지 않은 동심을 키우며 커가고 있는 것이다.

탄부국민학교는 1935년 8월 21일 개교한 이래 지난 2월 제52회 졸업생까지 총 3천4백97명을 배출해 낸 전통있는 학교로 손꼽혀지고 있다. 농촌이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같은 현상이겠지만 탄부국민학교도 학생들이 점차 감소해 전교생 6백여명이 넘었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덕동리, 성지리, 벽지리, 대양리, 장암리 학구단위 중 대양리 29명, 벽지와 장암리 각 24명, 성지리의 경우 국민학생이 있는 집이 단 한가구 뿐 일 정도로 학생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전체 6학급에 남자 48명, 여자56명으로 총 1백4명의 학생이 있을 뿐이고 유치원생은 13명에 불과해 전교 학생수가 도시의 한학년 학생수 만큼도 안될 정도로 적지만 한재봉 교장과 박한규 교감, 그리고 8명의 교사들은 모두 내 아들 딸, 내 가족과 같이 학생들을 보살피고 있고, 학부모들 또한 내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 편에 고구마를 쪄서 들려보내거나 옥수수를 삶아서 보내는 등 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풋풋한 인정을 나누고 있다.

이 학교에서 그리고 인간상은 슬기롭고 부지런하며 참된 어린이로 애국인, 지식인, 과학인, 건강인, 정서인, 경제인을 목표로 알찬 학력, 좋은 버릇, 심신이 건강한 탄부 어린이로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은 어린이, 그리고 탄부어린이를 기르기 위해 보은정신 함양에 역점을 두고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 및 토의학습을 통한 자기 표현력 신장에 힘쓰고 1인1기(1人1技)를 갖도록 지도함은 물론 유치원교육의 내실을 위해서 학부모와의 연계지도를 통해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도록 교육하고 있다.

시설면에서는 교실 8개, 관리실 2개, 컴퓨터실 1개, 과학실 등이 있고, 보다 폭넓은 교육을 위해 시청각 교구도 골고루 갖춰 TV, 피아노, 타자기, 환등기, 녹음기, 카메라, 오르간, 스크린 컴퓨터, 현미경, VTR 등을 갖추고 있어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교육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과학실의 경우는 5백만원의 예산을 투입 고른 실험기구를 갖추었고 컴퓨터도 21대나 갖추고 있어 한 학년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탄부국민학교는 '자율'에 최대한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의 틀에 박힌 환경, 교습방법에서 탈피해 '교실의 학습장화'로 각 교실 마다 도서상자, 독서대, 탐구대를 설치해 자율적인 노작(勞作), 독서, 탐구활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창의적인 학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중간 체육활동을 일률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와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해 월요일에는 체조, 화요일은 학급 자유놀이로 배드민턴을 치고, 수요일에는 현대무용, 목요일은 태권도의 기본동작과 품세를, 금요일에는 학교 뒷산에서 등산로 달리기를 실시해 1인1기 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신체활동을 통한 체력 및 건강증진은 물론 지적 학습에 의한 긴장감이나 욕구불만 해소로 정서적 안정을 찾고 단체활동을 통한 공동체 의식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시켜 주는 성과를 얻고 있다.

더우기 중간활동을 통해 체육실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 체육 특기자로 키우고 중간활동에서 익힌 내용을 가을 운동회때 발표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지난 해에는 국제 문화협회에서 주최한 무용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했고 전국 국민학교 미술대전에서 금상 2명, 은상 2명, 동상 2명 등 예능실력이 뛰어나 도교육청 특별활동 우수학교 표창장을 받았고 올해에는 과학상상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임재현 학생이 군 대표로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탄부국민학교에서 특색사업으로 추진한 1인1기 갖기 운동이 큰 결실을 맺고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따.

아이들에게서 순수함을 배우면 교단에서고 있다는 한재봉 교장은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교육이 안되고 현장학습도 겸해 아이들이 올곧게 자라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모른다는 생각으로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교육철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농촌이 어려워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 학생드로 점점 감소하고 있지만 고장의 학교에서 흙의 진실을 배우며 사제간의 정을 쌓고 커다란 지식을 안고가는 탄부 국민학교 학생들, 그리고 사명감을 가진 교사들… 그래서 탄부국민학교는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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