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이진숙양의 힘찬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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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장 이진숙양의 힘찬 하루
  • 보은신문
  • 승인 199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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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세동생의 엄마노릇 해온 꿋꿋한 가장
내북면 이원리의 소녀가장 이진숙양(16. 보은상고 1년)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혹시 지각을 할까봐 저녁에 미리 지어놓은 밥으로 동생들과 자신의 도시락을 싸고, 동생들에게는 아침을 먹인 후에야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동생들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각기 제 할일을 찾아서 잘하고 있어 늘상 그것이 고맙다. 남동생 광석이(14. 내북중 3)는 산에서 나무를 해 땔감을 준비하고, 여동생 진옥이(12. 이원국교 6)는 집안청소를 도맡아 하며 언니가 학교에서 늦는 날은 저녁밥도 지어 놓는다.

또, 막내 광밍이(11. 이원국교 4)도 동네 이웃집에서 먹을 물을 길어와 물독을 채워 놓는다. 이들 4남매가 이렇게 살아온 것도 벌써 3년여. 국민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줄곳 엄마노릇을 해야했던 진숙이는 지난 90년 겨울 아버지가 가출한 후 소녀가장이 되었다.당시 동생 광석은 6살, 진옥은 4살, 광민은 3살이었다.

반신불수(중풍)로 아픈 모습만이 기억에 남았지만 그래도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는 어느날 아픈 몸을 이끌고 저녁밥을 짓다 화상을 입고 자리에 누워 그만 일어나지 못하고 4남매의 곁을 떠났다.

이원 채석광에 다니던 아버지는 항상 따뜻하게 그들을 보살펴주었지만 채석광이 문을 닫은 이후 항상 허탈해 하더니 어늘날 서울 고모집에 다녀온다고 나간 후 아직가지 소식이 없다. 지금도 동생들은 아버지가 타고다니던 오토바이를 수시로 깨끗이 닦아놓으며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몇번인가 이웃집으로 안부를 묻는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왔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소식이 없다. "겨울에 땔나무를 하러 다니는게 가장 힘들고, 겨울에 먹을 김장김치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광석군은 제법 장남다운 살림걱정을 한다.

"남동생들은 그래도 공부를 잘해요. 특히, 광민이는 상위권 성적인데 동생들을 제대로 공부시켜 훌륭한 어른으로 커서 집안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진숙양은 바램을 말한다. 거택보호 1종인 이들 4남매는 정부보조금 한달 7만여원으로 생활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언제나 도움을 주시는 고모님과 삼촌에게 항상 감사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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