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산업단지 조성, 통합 RPC 건립,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설치 등 지역 핵심 사업들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성장의 돌파구를 노린 선택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숙제 또한 만만치 않다.
준공 2년 지연, 면적도 축소
보은 제3산단 올해 중 착공할까
보은군이 추진 중인 사직·고승리 일반산업단지(제3산단) 조성사업이 행정절차 지연과 농업진흥지역 해제 문제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보은군의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세수 확대를 목표로 추진돼 왔다.
당초 제3산단은 84만9,000㎡ 규모로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진흥지역 내 경지정리 농지 약 10만㎡를 제외하라는 보완 의견을 제시하면서 개발 면적은 75만5,000㎡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사업비도 1,466억 원에서 1,362억 원으로 조정됐고, 준공 시점은 2028년으로 2년 연기됐다. 보은군은 농식품부의 보완 의견을 반영해 산업단지 계획을 재수립했으며, 현재 관계기관과 재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사직·고승리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대책위원회는 산업단지 조성이 농업 기반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농지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과 집회, 정부 청사 앞 시위 등을 통해 사업 중단과 입지 재검토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보은군은 농림부의 의견이 ‘불허’가 아닌 ‘재협의 요청’이었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면적을 조정하고 주민 의견 수렴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군은 산업단지 조성이 특정 기업 유치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과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보은군은 올해 중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토지.지장물 보상에 착수하고, 관련 승인.고시 이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농지 보전과 지역 개발, 주민 생존권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제3산단이 지역 성장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또 하나의 갈등 사례로 남게 될지 주목된다.
통합 RPC 건립
보은쌀 도약의 전환점
보은군이 통합 미곡종합처리장(RPC) 건립을 확정하며 지역 쌀 산업 구조 전환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6년 고품질쌀 유통활성화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 오랜 과제로 남아 있던 통합 RPC 구축이 본격화됐다.
신설되는 통합 RPC는 탄부면 임한리 일원에 조성된다. 약 1만7,000㎡ 부지에 연면적 3,000㎡ 규모로 들어서며, 총사업비는 142억 원이다. 최신 도정·건조·저온저장 설비를 갖춘 시설로 2027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이후에는 생산부터 저장, 유통까지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보은군은 우수한 품질의 벼를 생산하고도 노후화된 RPC 시설로 인해 품질 균일화와 유통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설 노후화는 가공 효율 저하와 품질 편차로 이어졌고, 이는 ‘보은쌀’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통합 RPC 사업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다. 보은.남보은농협이 참여해 보은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했고, 2023년부터 공모사업에 도전한 끝에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부지 확보와 일부 주민 반대 등 난관도 있었지만, 행정과 농협, 농업인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사업 추진의 기반을 다져왔다.
통합 RPC가 완공되면 균일한 품질의 고품질 쌀 생산이 가능해져 ‘보은쌀’ 브랜드 고급화가 기대된다. 체계적인 저장·유통 관리로 가격 안정과 판로 확대 효과도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농가 소득 구조를 안정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통합 RPC 건립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시설 구축 이후 브랜드 단일화, 계약재배 확대, 농가 참여 구조 정착 등 후속 과제가 얼마나 정교하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성과의 폭은 달라질 수 있다. 보은군이 이번 통합 RPC를 계기로 지역 농업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은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오창리 선정 속 찬반 엇갈려
보은군이 환경부 주관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하며 장안면 오창리를 사업장 입지로 최종 선정했다. 축산 환경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인구 대비 소 사육 두수가 많은 보은군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노후 민간 퇴비공장과 지속적인 악취 민원,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등 강화된 환경 규제로 공공 처리시설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은군은 환경부 공모를 통해 국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약 304억 원을 확보했으며, 하루 200톤 규모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 퇴비화 방식에서 벗어나 악취 저감과 자원 순환, 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설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는 장안면 오창리와 탄부면 일대가 경쟁했다. 군은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공개 공모를 진행했고, 기존 퇴비공장 부지 활용 가능성, 주민 동의 수준, 민원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창리를 최종 낙점했다.
오창리 주민 다수는 오랜 악취 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인접 지역 일부 주민과 반대추진위원회는 사전 설명 부족과 인접 마을 동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은군은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이 선택이 아닌 필수 공공시설이라며,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환경 개선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